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한 3인조의 주된 범행 동기가 암호화폐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동자 이모씨(35)가 피해자 A씨(48)와 관련 있는 코인 회사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으며, 일당은 피해자 소유의 암호화폐를 뺏고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법은 3일 이씨 등 3인조 일당에 대해 영장실질 심사를 진행하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주동자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2020년 A씨가 일하던 코인 회사에 투자해 8000만원 손실을 봤고, 이후 그 회사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3인조 중 유일하게 피해자와 알고 지냈던 피의자 이씨는 공범 두 명에게 범행을 제안해 끌어들인 인물로 지목된다.

경찰은 이씨와 A씨가 암호화폐 투자 중 다른 건으로 과거 형사사건에 함께 연루된 것으로 확인했다. 두 사람은 2021년 2월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한 투자자를 찾아 암호화폐를 뺏으려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와 A씨는 수년 전부터 암호화폐 투자로 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범행 동기를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씨 등 세 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A씨를 납치해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를 받고 있다. 이씨가 대학 동창 사이였던 황모씨(36·주류업체 직원)와 함께 범행을 기획했고, 황씨가 배달 대행 업무를 하며 알게 된 연모씨(30·무직)를 범행에 끌어들였다.

경찰은 이날 “사건 예비단계에 가담했다가 이탈한 20대 B씨(무직)를 살인예비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1월 피의자 황씨로부터 A씨를 살해하자고 제안받았고, 미행 단계에 가담했다가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황씨는 B씨에게 “(피해자로부터)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한 대 사주겠다”고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