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오는 4일 행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오는 4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 심의·의결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곧이어 윤 대통령이 해당 재의요구안을 재가해 국회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016년 5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원회의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7년 만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된다.

대통령은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을 15일 이내에 서명·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을 시 국회에 재의 요구를 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법 개정안은 같은 달 31일 정부에 이송됐다.

임시 국무회의를 열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물리적으로 11일 국무회의 의결도 가능하지만, 대통령실 내에서는 굳이 시간을 더 지체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농민 단체가 관련 입장을 밝혔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주무부처 장관의 의사를 표명했고 국무총리도 의사를 표명했다. 그 과정에서 30개가 넘는 농민단체 의견을 수렴했고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며 "그 의견들을 모아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상 대통령은 총리와 격주로 국무회의를 진행한다. 지난달 28일 직전 국무회의가 대통령 주재로 열린 데다, 과거 재의요구안을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처리한 선례도 있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 국무회의도 본인이 주재하겠다는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양곡법 개정안의 부당성과 일련의 국회 절차에 대한 문제점을 그만큼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끝까지 숙고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국무회의 의결 시점과 대통령 재가 시점에 시차를 둘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개정안 시행시 쌀 생산 과잉 심화, 막대한 재정 소요 등을 우려하며 반대해 왔지만, 야당은 쌀값 안정화, 식량 안보 등을 내세워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국회가 대통령 재의 요구로 돌아온 법안을 다시 의결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훨씬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국회에서 재의결될 경우에는 해당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되고 정부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현재 재적 의원 중 국민의힘 의원 수가 3분의 1을 넘어 재의결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맞서 추가 입법을 해서라도 양곡법 취지를 관철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