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설 때도 잠잠했던 애플이 일부 직원들의 일자리를 없앤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이 소규모이기는 하지만 향후 대량 정리해고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간) 애플이 기업소매팀에서 일부 소수 직원들의 일자리를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회사가 인력을 감축한 것은 비용절감에 나선 지난해 이후 처음이다.

인력감축을 진행하는 부서는 개발 및 보수 팀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애플의 소매판매점을 비롯해 다른 시설의 건설과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몇 명이 대상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애플이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과 소비지출 둔화에 대응해 애플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애플은 이번 조치를 정리해고가 아닌 효율성 제고 차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전세계 매장의 유지관리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번에 영향 받는 직원들은 비슷한 역할에 다시 지원할 수 있으며 새로운 업무를 찾지 못한 직원들은 최대 4개월의 급여를 받게될 예정이다.

애플은 비용절감을 위해 예산을 삭감하고, 계약직 인력을 줄였으며 정규직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는 단행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자율주행차 부서에서 수백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한 이후 아직까지 대규모 정리해고는 없었다.

애플은 다른 빅테크 기업과 달리 팬데믹 기간 직원 수를 급격히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어도 직원수를 급격히 늘리기보다 기존 직원들에 업무량을 나누며 최소한 인원만 추가 채용해왔다. 애플의 직원 수는 작년 9월 기준 16만4000명이다.

지난해부터 성장 둔화에 직면한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대규모 정리해고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1월 1만8000명에 이어 지난달에 9000명을 구조조정했다. 메타는 지난해 11월 1만1000명, 지난달 1만명 등 2만1000명을 집으로 돌려보냈으며,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1만2000여개의 일자리를 감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1만1000여명을 정리해고 했다. 팬데믹 기간 급증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채용을 크게 늘렸지만 일상을 되찾은 이후 수요가 줄어들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