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들이 갑작스레 추가 감산 조치를 내놓으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유가 상승이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기조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4.57달러) 치솟은 80.24달러에 마감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WTI는 지난해 4월12일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WIT는 장 초반 최대 8% 급등하기도 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5.7%(4.56달러) 오른 84.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3월 21일 이후 1년여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산유국의 감산 발표가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OPEC+는 하루 116만배럴 규모의 감산 계획을 2일(현지시간) 깜짝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OPEC+ 회의에서 결정한 대규모 감산 정책(하루 최대 200만 배럴)과 별도로 시행하는 추가 조치다. 러시아가 하루 50만 배럴의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로 추가 감산 규모는 하루 160만 배럴이 넘는다.

OPEC+가 감산을 결정한 건 올해 원유 가격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국제 유가는 2020년 3분기 이후 최대 낙폭(-6%)을 기록했다. 당초 중국의 리오프닝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지난달 터진 글로벌 은행 위기로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사진=오일프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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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이번 감산 결정에 따라 올해 말과 내년 말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종전보다 각각 5달러 상향 조정한 배럴당 95달러, 100달러로 제시했다.

대니얼 하인스 호주&뉴질랜드은행 원자재부문 선임연구원은 “그들(산유국)은 유가를 지지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이라며 "국제 유가가 다시 100달러 시대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이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Fed 등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가 달라질지도 관심사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빅터 폰스포드는 이날 리서치 보고서에서 “자발적 감산의 결과로 올해 내내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글로벌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매파적인 금리인상 스탠스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석유 중개회사 PVM의 타마스 바르가는 “일반 물가 지표는 기존 예상보다 더 크게 오르겠지만 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줄여나가는 현재의 경로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그들의 견해는 유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근원 물가지수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