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의 협의체 OPEC+ 소속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감산한 가운데 천연가스 가격은 급락했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5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119달러(-5.37%) 하락한 MMBTU(열량 단위, 100만 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당 2.111달러를 기록했다.
따뜻한 날씨 계속되자…5% 급락한 천연가스 [원자재 포커스]
천연가스 가격은 30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내 일부 천연가스 생산업체가 공급을 일시 중단했지만, 장중 MMBTU당 2달러선을 밑돌기도 했다.

올해 들어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50% 폭락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평년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져서다. 올해 1월 기온은 1895년 기상 기록을 시작한 뒤 역대 6번째로 따뜻했다.

겨울철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천연가스 재고는 증가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량 대비 재고 비율은 지난달 27일 56%에 육박했다. 작년 1월에는 34% 수준이었다.

미국의 가스 재고량은 현재 1조 8530억 세제곱피트(tcf)로 3월 2조1140억 tcf에 비하면 다소 줄었다. 하지만 재고량은 1년 전보다 31% 더 많은 수준이다. 5년 평균치에 비하면 21% 더 많다.

올해 4월에도 추위는 없을 전망이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오는 10~16일 미국 중부 및 동부의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생산량을 계속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는 올해 겨울을 대비해 천연가스 재고량을 계속 늘릴 방침이라서다. 체서피크 에너지, 콤스톡 리소스 등 미국 대표 천연가스 생산업체는 시추 작업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셰일가스 시추업체는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셰일가스를 추출할 때 원유와 가스가 함께 시추된다. OPEC+의 감산으로 인해 셰일가스의 공급량 증가 부담은 커졌다.

세계 최대 유전 서비스 업체인 베이크 휴즈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의 천연가스 시추용 굴착 장비 중 활성화된 장비 수는 160개를 기록했다. 3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9월 166개에는 못 미친다. 다만 2020년 7월 68개에선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시추 장비 등 투자를 크게 늘린 탓이다.

리서치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자퀴 로세 전무는 로이터에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의 3분의 1이 셰일가스 유정에서 나온다"며 "현재 유가를 감안하면 천연가스 생산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으로 전력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다. 에디슨 전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전력 생산량은 총 7만 4307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