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학부모들 "선생님, 성적보다 이것부터 챙겨줘요"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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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80년대생 학부모, 당신은 누구십니까
초등학교 교실에 신종 학부모들이 등장했다. 5년전 서점가를 휩쓴 <90년대생이 온다>가 사회와 회사조직을 바꿨다면, 최근 교육과 소비시장은 ‘80년대생 학부모들’이 바꾸고 있다.
이들은 성장기에 인터넷으로 온라인에 접속한 ‘웹 네이티브’로 이전 세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소통하는 정보의 양이 많고 다양하고 빠르다. 교육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그 정책이 내 아이의 학업과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공유한다.
관련 해설 영상은 이틀이면 유튜브에 뜨면서 대치동 학부모나 거제의 학부모가 비슷한 수준의 입시 정보를 갖게 됐다. 또한 수평적 인간관계를 지향하지만, 필요할때는 거침없이 집단적인 정치력을 행사한다. 새로운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80년대생 학부모들은 누구인가.
<80년대생 학부모, 당신은 누구십니까>의 저자 이은경은 20여년 간 초등교사, 교육 유튜버, 강사로 활동하면서 만난 80년대생 학부모 1866명을 설문조사했다. 이들은 과거 경제적 여유의 상징이었던 ‘분유를 마시고 자란 첫 세대’다. 어려서는 평균 경제성장률이 8.9%라는 초고속 성장시대의 풍요를 누렸다. 컴퓨터와 무선 전화기 등 새롭게 등장한 가전제품을 썼고, 피아노 미술 태권도 학원 등 취미를 위해 사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1997년 12월 IMF 외환위기의 풍파로 팔자가 뒤바뀌었다. 대학 진학과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취업난이 극심해졌고, 부모의 실직으로 인해 눈높이를 낮춰야 했다. 사립대보다 국립대, 졸업하자마자 취업이 잘되는 교대 세무대 철도전문대에 사람이 몰렸다.
방송 PD를 꿈꾸다 교사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남얘기가 아니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전장으로 전락했다. 721만명의 80년대생은 이렇게 사회생활을 거쳐 학부모가 됐다.
저자는 80년대생들이 바꾸고 있는 변화를 △학교 △교육 △일하는 방식 △돈 △취향 △자아라는 6가지 키워드로 분석한다. 그중 흥미로운 부분은 단연 학교와 교육이다. 80년대생 학부모들의 지상 최대 과제는 ‘내 아이의 성공한 인생’이다. 이전의 세대들이 자녀들의 사교육을 통한 성적 향상을 중요하게 꼽았다면, 요즘 부모들은 자기주도적인 공부 습관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앞으로 살아갈 예측 불가능 시대에는 성적보다 삶의 태도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바라는 점도 달라졌다. 학부모들은 1순위로 ‘자녀의 성적향상’이 아닌 ‘친구 관계를 길러주기’를 꼽았다. 80년대생 학부모들은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입시지옥과 성적 만능주의를 몸으로 겪으면서 각종 부작용을 봤다. 성적보다 인성과 삶의 태도를 길러주는 새로운 교육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정치경제학교 학장인 미노체 샤피크는 “과거의 직업이 ‘근육’, 요즘 직업이 ‘두뇌’와 관계가 있다면, 미래의 직업은 ‘심장’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신 교육 정보를 얻는 방법도 달라졌다. 요즘 엄마들은 커피 모임에서 동네 학원 정보뿐 아니라 괜찮은 교육 전문가의 유튜브 채널을 공유한다. 어떤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지에 따라 서로의 자녀교육 성향을 짐작한다. 옆집에 이사 온 엄마가 같은 채널 구독자인 것을 알고 급속도로 친해졌다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책은 가정, 학교, 회사에서 새로운 질서를 주고하는 80년대생 학부모에 관한 전형적인 트렌드 보고서다. 이들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은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80년대생 학부모를 안다는 것은 미래 대한민국을 점치는 일입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이들은 성장기에 인터넷으로 온라인에 접속한 ‘웹 네이티브’로 이전 세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소통하는 정보의 양이 많고 다양하고 빠르다. 교육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그 정책이 내 아이의 학업과 입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공유한다.
관련 해설 영상은 이틀이면 유튜브에 뜨면서 대치동 학부모나 거제의 학부모가 비슷한 수준의 입시 정보를 갖게 됐다. 또한 수평적 인간관계를 지향하지만, 필요할때는 거침없이 집단적인 정치력을 행사한다. 새로운 권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80년대생 학부모들은 누구인가.
<80년대생 학부모, 당신은 누구십니까>의 저자 이은경은 20여년 간 초등교사, 교육 유튜버, 강사로 활동하면서 만난 80년대생 학부모 1866명을 설문조사했다. 이들은 과거 경제적 여유의 상징이었던 ‘분유를 마시고 자란 첫 세대’다. 어려서는 평균 경제성장률이 8.9%라는 초고속 성장시대의 풍요를 누렸다. 컴퓨터와 무선 전화기 등 새롭게 등장한 가전제품을 썼고, 피아노 미술 태권도 학원 등 취미를 위해 사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1997년 12월 IMF 외환위기의 풍파로 팔자가 뒤바뀌었다. 대학 진학과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기업들이 도산하면서 취업난이 극심해졌고, 부모의 실직으로 인해 눈높이를 낮춰야 했다. 사립대보다 국립대, 졸업하자마자 취업이 잘되는 교대 세무대 철도전문대에 사람이 몰렸다.
방송 PD를 꿈꾸다 교사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남얘기가 아니다. 대학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전장으로 전락했다. 721만명의 80년대생은 이렇게 사회생활을 거쳐 학부모가 됐다.
저자는 80년대생들이 바꾸고 있는 변화를 △학교 △교육 △일하는 방식 △돈 △취향 △자아라는 6가지 키워드로 분석한다. 그중 흥미로운 부분은 단연 학교와 교육이다. 80년대생 학부모들의 지상 최대 과제는 ‘내 아이의 성공한 인생’이다. 이전의 세대들이 자녀들의 사교육을 통한 성적 향상을 중요하게 꼽았다면, 요즘 부모들은 자기주도적인 공부 습관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앞으로 살아갈 예측 불가능 시대에는 성적보다 삶의 태도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바라는 점도 달라졌다. 학부모들은 1순위로 ‘자녀의 성적향상’이 아닌 ‘친구 관계를 길러주기’를 꼽았다. 80년대생 학부모들은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입시지옥과 성적 만능주의를 몸으로 겪으면서 각종 부작용을 봤다. 성적보다 인성과 삶의 태도를 길러주는 새로운 교육관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정치경제학교 학장인 미노체 샤피크는 “과거의 직업이 ‘근육’, 요즘 직업이 ‘두뇌’와 관계가 있다면, 미래의 직업은 ‘심장’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신 교육 정보를 얻는 방법도 달라졌다. 요즘 엄마들은 커피 모임에서 동네 학원 정보뿐 아니라 괜찮은 교육 전문가의 유튜브 채널을 공유한다. 어떤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지에 따라 서로의 자녀교육 성향을 짐작한다. 옆집에 이사 온 엄마가 같은 채널 구독자인 것을 알고 급속도로 친해졌다는 글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책은 가정, 학교, 회사에서 새로운 질서를 주고하는 80년대생 학부모에 관한 전형적인 트렌드 보고서다. 이들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은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80년대생 학부모를 안다는 것은 미래 대한민국을 점치는 일입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