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관심 속 합리적 생활조건 보장" 선전…'보여주기식 홍보' 한계
북, 인권침해 규탄 목소리 의식했나…장애인 권리보장 강조
북한이 올해 들어 장애인 권리 보장을 강조하는 소식을 부쩍 외부로 내보내고 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지적하는 국제사회 목소리를 반박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선장애어린이회복원에서 지난 1일 개학식이 열렸다.

통신은 "조선장애자보호련맹 중앙위원회 위원장 윤창일동지, 회복원의 어린이들, 보육원, 교양원, 의사들, 학부형들이 여기에 참가하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발언자와 토론자들은 온 나라 아이들을 따뜻이 보살펴주는 어머니당의 은정 속에 지난 기간 장애어린이들에 대한 회복 및 보육교양, 교육사업에서 많은 성과들이 이룩된 데 대해 언급하였다"며 "가장 우월한 우리나라 사회주의제도의 혜택 속에서 앞으로도 장애어린이들이 희망과 재능을 꽃피우며 밝고 씩씩하게 자라날 것이라고 그들은 강조하였다"고 언급했다.

북한은 자국에서 장애를 지닌 이들도 차별 없이 교육받고 재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인권 국가'라는 주장을 꾸준히 선전하고 있다.

지난 2월 선전매체 려명은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정치적 자유와 권리는 물론 로동과 생존의 권리, 교육과 의료봉사를 받을 권리, 살림집을 보장받을 권리를 비롯하여 사회적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를 전면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며 "장애자들도 국가적인 관심 속에 장애자직업교육, 장애어린이교육과 합리적인 생활 조건을 보장받고 있으며 보통사람들과 꼭같은 권리를 향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지난달 5일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불편한 심영택이 만화영화 '남이가 띄운 배'로 몇 년 전 문학상을 받은 소식을 새삼 꺼내 보였고, 그 전달 또 다른 기사에서 평양의학대학 학생이 평양모란봉편집사로 보내온 편지 내용을 소개하며 난치성 질병으로 걷지 못하던 소녀가 나라의 도움으로 평양의학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아 어엿한 의대생이 된 일화를 조명했다.

지난 1월 내나라는 지난해 11∼12월 '2022년 장애자 및 애호가체육경기대회'가 개최된 소식을 다시 회상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북한이 최근 인권침해 실상을 규탄하는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 목소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북한의 인권 유린과 열악한 인권 실태를 담은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공개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장애인의 경우 산골에 '난쟁이 마을'을 만들어 다른 주민과 격리하는 등 거주지 이전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정신질환자나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이 당사자 동의 없이 실시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히 올해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가 활발히 열리면서 열악한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한 관심과 규탄 목소리가 한데 모이는 계기가 됐고, 북한인권결의안도 조만간 유엔 인권이사회 제52차 회기에서 채택될 전망이다.

북한이 장애인 권리보장을 앞세워 발신하는 메시지는 일종의 '보여주기식'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장애인 권리문제는 일자리나 교육, 기회의 평등 같은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상생활에서 특수교육이나 편의시설 등 장애인 배려 정책이 충분히 전개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북, 인권침해 규탄 목소리 의식했나…장애인 권리보장 강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