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첫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의 법률 거부권 행사는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약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양곡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12일 만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의무 매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확한 기준은 법률이 정한 구간 내에서 정부가 시행규칙으로 정하게 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쌀 시장격리(정부매입) 여부는 의무가 아닌 정부 판단에 맡겨져 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은 양곡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혀왔다.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약식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양곡법 개정안은 국회로 다시 넘어가게 됐다. 법안 재의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한다. 국회 본회의가 이 법안을 재의결할 경우에는 정부가 이를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115명)이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재의결 가능성은 낮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