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홍성 주불 진화까지 53시간…대원들 마지막까지 잔불 정리 사투
"불이 꺼진 것 같아도 땅 안에는 계속 타고 있어서요.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
4일 오후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의 주불이 거의 꺼져갈 무렵, 서부면 한 야산에서는 소방대원들이 갈퀴와 삽을 이용해 연신 땅을 파며 구슬땀을 흘렸다.

새카맣게 탄 산비탈에 더 이상 빨간 불씨는 보이지 않았지만, 곳곳에서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소방대원들은 소방펌프차에서 연결한 호스를 들고 비탈길을 올라 연기가 나는 땅에 물을 뿌리고 땅속 가연물을 찾아 제거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A(36)씨는 "재가 수북이 쌓인 땅이다 보니 걷기만 해도 먼지가 많이 날린다"며 "불이 다 꺼진 것 같지만 계속 다니다 보면 발이 못 견딜 정도로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눈물이 연신 흐르고 목도 칼칼하고, 면봉으로 귀를 파면 재가 새카맣게 묻어나온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로 인한 산불영향 구역(산불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은 1천454㏊, 화선은 46.7㎞에 달한다.

사흘째 이어진 진화작업으로 소방·산림 당국 대원들의 피로도 극도로 쌓인 상태다.

대원들은 임무 교대 이후에도 소방차나 인근 마을회관 등에서 쪽잠을 자며 버텼고, 식사 시간을 챙기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르포] 홍성 주불 진화까지 53시간…대원들 마지막까지 잔불 정리 사투
충남소방본부 소속 소방대원 B(38) 씨는 산불 발생 첫날부터 밤을 새웠고, 다음날도 오전 11시에 교대한 뒤 오후 6시부터 다시 투입돼 밤샘 진화작업을 이어갔다.

그는 "남당항 집결지에서 자원봉사자분들이 도시락을 준비해줬지만, 정신없이 불이 번져 밥을 먹을 시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반 소속 대원 C(42) 씨는 "지난달 경북 산불 진압 투입 당시 인대를 다쳤다"며 "오늘까지 사흘째 집에 못 들어갔는데, 아내의 안부 전화에도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밤에는 헤드라이트 하나에 의존해 산속에 투입되는데 낮에도 잠을 전혀 못 자다 보니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이었다"며 "그래도 주불 진압에 성공해 속이 다 시원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잔불 정리를 완료하고 마을버스 정류장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던 한 소방대원도 "최근 2년간 겪은 산불 중 가장 규모가 컸다"며 "주불 진화에 성공했고 비도 내릴 예정이라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산림청은 지난 2일 오전 11시께 홍성군 서부면에서 산불이 발생한 이후 53시간 여만인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주불 진화 완료를 선언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홍성에는 오후부터 비 예보가 있어 잔불 정리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잔불 정리로 산불이 재확산하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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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