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RA 걱정 덜었지만…韓·美 배터리 동맹 서둘러야"
지난달 31일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지침에는 자국 내 전기차 보급 확대, 배터리 산업 기반 구축과 함께 경제 안보를 위해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미국 정부 의지가 담겼다. 탄소 중립과 스마트 모빌리티 사회의 핵심 인프라인 배터리 산업만은 중국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 배터리업계는 IRA의 세부 지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방대한 전기차 내수 시장과 천문학적인 정부 보조금으로 급성장해온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리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배터리업계는 당초 우려와 달리 기존 공급망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미국 시장에서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는 2030년 세계 배터리 시장 수요가 지금의 6.7배인 4700GWh로 성장하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비중이 29%에서 45%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 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작년 말 기준 전기차 침투율이 약 9%로 EU(38%)·중국(30%)보다 낮기 때문이다. IRA를 한국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우선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현지 생산체제를 빨리 구축해야 한다. 삼원계(NCM)·인산철(LFP) 소재의 배터리뿐 아니라 파우치, 원통형, 각형 등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수요에 맞춰 공급할 수 있도록 현지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배터리 소재를 중국 등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고 공급망을 국내로 내재화하는 것도 필수다. 이를 위해선 광물 제련, 핵심 소재와 부품, 장비 관련 투자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향후 5년이 골든타임이다. 한시적으로라도 미국, EU 수준의 파격적 지원을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배터리 전략 동맹’이 마련되길 바란다. 한국은 미국에 배터리 산업 기반을 구축해주고, 미국은 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핵심 광물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양국 간 배터리 전략 대화가 정례화되면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핵심 광물 보유국을 중심으로 한 ‘프렌드쇼어링’ 추진안, ‘우려 대상 외국 법인’의 구체화 방향 등 여러 의제에 대해 건설적인 해법이 나올 수 있다. 한·미 수교 70주년을 맞는 올해가 양국 간 배터리 전략 동맹의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