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5000곳 가운데 부실이 우려되는 300~500곳을 추려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PF 취약기업 관리중…순차적 구조조정"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4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해 6월 약 한 달 간격을 두고 취임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함께 부동산 PF 현황을 살펴보면서 최소한 1년 반에서 2년에 걸쳐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유동성 과잉 공급이 10년 이상 지속된 점 등을 감안할 때 아무런 구조조정 없이 부동산 PF 부실을 해소하긴 쉽지 않다”며 “기준금리가 올해 말 또는 내년에 떨어진다고 해도 이미 높아진 금리로 휘청이고 있는 기업들은 2년 뒤까지 구조조정의 영향권에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시장 원리에 따른 구조조정을 지원하되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은 막겠다고 했다. 그는 “건설사 등 기업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시스템 위기로 번지는 것은 필사적으로 차단해야 할 것”이라며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장기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행함으로써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대출 등 리스크가 없는 자산에서 창출하는 수익이 50% 이상”이라며 “총자산 500조원 이상인 금융지주회사들이 이처럼 편한 이익에 천착하는 구조가 한국 경제 생산성 관점에서 바람직한지 묻고 싶다”고 했다.

비이자수익 증대를 위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해선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 원장은 “은행 경쟁 활성화 차원에서 ‘네이버은행’ ‘삼성은행’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론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불합리한 규제는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원장은 “보험사들이 노인 요양 사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금산분리 문제로 가로막혀 있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관점에서 건별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민생금융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금리 상황이 지나치게 오래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는 것은 이미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 일부로 들어와 있다”고 했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 원장은 “시장에서 ‘꾼’들이 30억원, 50억원, 100억원짜리 행위를 할 땐 시장교란 행위자가 된다면 쌍방울·에디슨EV(현 스마트솔루션) 등처럼 규모가 1000억원, 5000억원, 1조원에 달하면 ‘사회 세력’으로 자리잡게 된다”며 “조기에 적발해야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