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성과 내고 절차 갖춘다면 5연임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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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구조 탓 '리스크 테이킹' 최소화
'상생금융'은 고금리 따른 단기적 조치
은행 손실 관리 위해 배당 통제했지만
이젠 자율적으로 하되 대응 장치 마련
'상생금융'은 고금리 따른 단기적 조치
은행 손실 관리 위해 배당 통제했지만
이젠 자율적으로 하되 대응 장치 마련
“금융지주 회장이 성과를 내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 선임된다면 4연임, 5연임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셀프 연임’ ‘황제 경영’ 등의 비판을 받아온 금융지주 회장들이 앞으로 성과 중심으로 평가를 받는 동시에 이사회에서 제대로 견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또 “은행의 배당 결정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며 “다만 경기대응완충자본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은행들이 예상하지 못한 손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과거엔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하면서 금융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금은 사유화 대신 관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극단을 피하기 위해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이 필요하지 않나.
▷이 금감원장=관치와 사유화 사이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국민들은 (금융회사를) 국민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거친다면 얼마든지 연임할 수 있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정부가 은행의 과점체제를 문제 삼으면서 지배구조까지 언급했기 때문에 은행들이 전방위적 압박을 느낄 것이다.
▷이 원장=삼성과 같이 ‘주인 있는 기업’은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 금융회사는 몇백조원의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연임 구조로 인해 최고경영자(CEO)가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하기 어려운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에 금융사 CEO는 앞으로 성과 중심으로 평가받고, CEO 선임 자체도 더욱 경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사 CEO가 리스크 테이킹을 하기 위해선 이사회에서 CEO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상생금융을 강조하는 방식도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자칫 잘못하면 과도한 관치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
▷이 원장=상생금융은 민생 차원이기도 하지만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대출은 80% 이상이 변동금리다. 다수의 가계 차주가 변동금리로 인한 부담을 떠안은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지나치게 오래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대출자들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에 몰리고 결국 시스템 리스크 요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가계 부담을 줄이려면 장기적으로는 대출이 미국처럼 고정금리 중심으로 바뀌어야겠지만, 당장 소비자가 느끼는 고통을 은행이 일부 분담한다는 취지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이번 정부가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하는데, 은행에 상생을 비롯해 강한 윤리적 압박을 하는 것은 이를 역행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원장=정부 출범 초기에는 금리가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상생금융 압박은 계속할 수 없고, 올 3~4분기까지의 단기적 조치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는 ‘건전성 확보’가 돼야 하는데 상생금융은 오히려 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 원장=과거엔 은행이 손실을 흡수해내는 관리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배당을 통제했는데, 앞으로는 정부가 은행의 배당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배당은 자율적으로 하되 그 전제로 필요한 손실흡수능력 확충 수단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 그래야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가 한국 금융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둘 수 있다.
▷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금융 소비자들의 금융 이해력이 많이 부족하다. 전 국민 대상 온라인 금융강의 도입 등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이 원장=동의한다. 금융감독원 내에 금융교육국이란 별도 조직이 있다. 자산운용 등의 분야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수출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특히 수출은 금융에 외환까지 함께 고려한 거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 원장=큰 문제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범정부가 협력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명예교수=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민원 대응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이 원장=민원 대응을 위해 챗봇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민원인들은 금감원 직원이 직접 얘기를 들어주고 금융회사에 전달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많다.
정의진/최한종 기자 justjin@hankyung.com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셀프 연임’ ‘황제 경영’ 등의 비판을 받아온 금융지주 회장들이 앞으로 성과 중심으로 평가를 받는 동시에 이사회에서 제대로 견제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또 “은행의 배당 결정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며 “다만 경기대응완충자본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은행들이 예상하지 못한 손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과거엔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하면서 금융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금은 사유화 대신 관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극단을 피하기 위해선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이 필요하지 않나.
▷이 금감원장=관치와 사유화 사이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국민들은 (금융회사를) 국민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거친다면 얼마든지 연임할 수 있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정부가 은행의 과점체제를 문제 삼으면서 지배구조까지 언급했기 때문에 은행들이 전방위적 압박을 느낄 것이다.
▷이 원장=삼성과 같이 ‘주인 있는 기업’은 수백조원 규모의 투자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 금융회사는 몇백조원의 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연임 구조로 인해 최고경영자(CEO)가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하기 어려운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에 금융사 CEO는 앞으로 성과 중심으로 평가받고, CEO 선임 자체도 더욱 경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사 CEO가 리스크 테이킹을 하기 위해선 이사회에서 CEO를 정확하게 평가하는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상생금융을 강조하는 방식도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자칫 잘못하면 과도한 관치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
▷이 원장=상생금융은 민생 차원이기도 하지만 금융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대출은 80% 이상이 변동금리다. 다수의 가계 차주가 변동금리로 인한 부담을 떠안은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지나치게 오래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대출자들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상황에 몰리고 결국 시스템 리스크 요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가계 부담을 줄이려면 장기적으로는 대출이 미국처럼 고정금리 중심으로 바뀌어야겠지만, 당장 소비자가 느끼는 고통을 은행이 일부 분담한다는 취지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이번 정부가 민간 주도 성장을 강조하는데, 은행에 상생을 비롯해 강한 윤리적 압박을 하는 것은 이를 역행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 원장=정부 출범 초기에는 금리가 이렇게까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금융시장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다만 상생금융 압박은 계속할 수 없고, 올 3~4분기까지의 단기적 조치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는 ‘건전성 확보’가 돼야 하는데 상생금융은 오히려 이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이 원장=과거엔 은행이 손실을 흡수해내는 관리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배당을 통제했는데, 앞으로는 정부가 은행의 배당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배당은 자율적으로 하되 그 전제로 필요한 손실흡수능력 확충 수단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 그래야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가 한국 금융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둘 수 있다.
▷장동한 건국대 국제무역학과 교수=금융 소비자들의 금융 이해력이 많이 부족하다. 전 국민 대상 온라인 금융강의 도입 등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이 원장=동의한다. 금융감독원 내에 금융교육국이란 별도 조직이 있다. 자산운용 등의 분야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수출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특히 수출은 금융에 외환까지 함께 고려한 거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 원장=큰 문제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범정부가 협력해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문정숙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명예교수=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민원 대응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이 원장=민원 대응을 위해 챗봇을 도입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 민원인들은 금감원 직원이 직접 얘기를 들어주고 금융회사에 전달해주길 바라는 경우도 많다.
정의진/최한종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