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의 김학용 의원(경기 안성)과 3선의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이 4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이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내세운 가운데 윤 의원은 대야(對野) 협상력을 강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당 의원이 지지 후보에 대한 의중을 숨기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일 투표에서 누가 원내대표로 결정될지 관심이다.

지역 안배론 내세운 김학용

김학용 의원
김학용 의원
먼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은 김 의원이다. 지난달 8일 전당대회를 통해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당 지도부 지역 안배론’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영남 출신인 김 대표가 당 대표를 맡은 만큼 원내대표는 수도권 출신이 맡아야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3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21대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보기 드문 수도권 4선 의원이 됐다. 당선 후 원내대표를 목표로 1년간 의원들과 스킨십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4일 출마 선언에서도 수도권 원내대표론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김 의원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121석이 걸린 수도권이 관건이지만, 현재 국민의힘은 고작 19석에 불과하고 솔직히 최근 분위기도 매우 좋지 않다”며 “우리 당의 험지인 경기도에서 네 번 당선된 경험을 살려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바람몰이의 선봉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여러 차례 함께 활동한 김 대표와의 인연을 내세워 “영남권 당 대표와 수도권 원내 사령탑이라는 환상의 조합”이라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중도층이 중시하는 정의와 공정의 가치에 기반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윤재옥, 협상력 어필

윤재옥 의원
윤재옥 의원
이에 윤 의원은 출마 선언문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원내대표가 아니라 이기는 법을 아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며 “수도권 원내대표가 수도권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지난 여러 선거에서 경험했다”고 응수했다.

대신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맞선 자신의 협상력을 내세웠다. 윤 의원은 “김 의원과 역량의 차이는 없지만, 경험의 차이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20대 국회에서 원내수석을 맡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의 실무 협상을 책임졌고, 지난 대통령선거 상황실장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힘을 보탰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성격 때문에 대외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당내에서 꼼꼼하고 치밀한 전략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꼼꼼한 원내 전략, 쌍방향 당정 소통, 탁월한 대야 협상으로 힘 있는 여당, 반듯한 국회를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속내 숨긴 깜깜이 선거

통상 원내대표 선거는 다른 어떤 선거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유권자’인 의원들이 사석에서도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차기 총선 공천 전략까지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의원들의 마음 잡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현역 의원 일정 비율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인위적 물갈이’를 비판하며 “잘하는 분들에 대해선 당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공천해야 한다”고 했고, 윤 의원도 “각자도생의 길이 아니라 모두가 이기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의원들은 대의보다 철저히 자기 이익에 기반해 어떤 후보를 밀지 결정한다”며 “이번 선거도 뚜껑을 열어볼 때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