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4조1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 등이 3조원에 육박하는 일감을 새로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첨단산업의 생태계 강화를 통해 디스플레이 중심지로서의 한국 입지가 한층 탄탄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4일 삼성디스플레이에 따르면 이 회사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라인 신규 투자 파급효과로 충남지역 소부장 및 건설업체 등의 매출이 2조8000억원가량 불어날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2만6000명 규모의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생산라인을 구축하면서 관련 소부장 업체에서 원재료·생산설비를 구매하는 한편 공장 건설에도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의 첫 번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달 충청 영남 호남 등 비수도권에 10년 동안 60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가 투자하는 충남 아산·천안 일대가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 클러스터로 입지를 더 단단히 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충청남도, 아산시, 소부장 기업들과 기업 기술력 강화를 위한 정책 지원, 공동 기술 개발, 상생협력 방안 등을 약속했다.

정부가 지정한 ‘6대 첨단산업’(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가운데 디스플레이산업에서 처음 민관 협력을 통한 투자 물꼬를 텄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정부는 6대 첨단산업에 55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 지원 사격이 이번 투자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투자로 한국이 첨단산업 최적 입지로서의 매력이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스플레이 기업 BOE(중국 1위)를 앞세워 디스플레이 중심지로 나서려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