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와 정부 방침을 밝힌 뒤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유와 정부 방침을 밝힌 뒤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거부권 행사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사용한 것은 정치적 부담이 있더라도 반시장적 법안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양곡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이렇게 해서 쌀이 과잉 생산되면 오히려 쌀의 시장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법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 이상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넘게 하락할 경우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이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법안이 시행되면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데 연간 1조4000억원(2030년 기준)의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현행법은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가 아니라 재량에 따라 사들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2016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행사한 이후 약 7년 만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절박한 농심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