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한경DB
금융감독원이 지방자치단체에 파견된 직원 등에게 국장급·팀장급의 '유사직위'를 주는 방식으로 46명을 초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금감원 정기감사 보고서를 4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지자체에 직원들을 파견하면서 '대외관계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직제상 정식 직위가 아닌 유사 직위를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3년 반 동안 지자체에 금융 자문 등 명목으로 파견된 '유사 국·팀장' 직원 86명이 작성한 문서가 41개에 불과했다. 일부는 무단 결근하는 등 복무규정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직위를 두지 말라는 감사원 지적이 2009년, 2015년, 2017년 세 차례나 있었으나 금감원은 2017년 이후에도 이 같은 자리 5개를 늘려 현재 46개를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금감원에 유사직위는 폐지하고 복무 불량이 확인된 직원 5명은 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금감원이 직원 퇴직금과 상여금을 불합리하게 산정해 2015년 이후 인건비 18억원이 과다 지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명예퇴직자의 퇴직금을 계산할 때 회사에 오래 다닐수록 높은 '기존 퇴직금'과 정년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늘어나는 '특별퇴직금' 양쪽에 모두 퇴직한 달을 포함해 집계했다.

금품수수, 채용비리, 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직원에게도 적게는 290만원, 많게는 985만원의 해고예고수당도 지급됐다.

일부 은행이 예금자 관련 비용인 예금보험료나 지급준비금을 대출자의 가산금리에 반영하는데도 금감원이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은행들은 2017∼2021년 예금보험료 3조4000억원, 지급준비금 1조2000억원을 '법적 비용' 명목으로 대출 가산금리에 반영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예금보험료와 지급준비금은 예금성 상품을 위한 비용"이라고 꼬집었다.

대출 받은 사람이 재산이 늘어나거나 신용점수가 올랐을 때 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제도에 대해 은행들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운영하는데도 금감원이 실태점검에 소홀했다는 지적 또한 나왔다.

일부 은행은 대출자가 소득이 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다른 금융기관에 예치하면 반영하지 않는 식으로 소비자 권리 행사를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에서는 금감원의 2017∼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에서 적법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시민단체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자 금감원이 특별감리를 진행한 바 있다.

감사원은 특별감리 때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제때 질문서를 주지 않고, 답변 기한도 통상의 닷새보다 짧은 이틀만 준 데다 답변서가 오기도 전에 회계처리 위반이 있었다는 처리안을 결재하고 조치 사전통지서를 보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감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조치 사전 통지서를 보낸 2018년 5월 1일, 금감원이 동시에 그 사실을 언론에 알린 부분은 문제로 삼지 않았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급락하자 회사는 "금감원이 시장과 투자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한 증권사가 사실상 똑같은 펀드를 투자자 49인 이하로 '쪼개기 발행'한 것을 확인하고도 발행일에 3일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다른 증권이라며 금감원이 제재를 면제한 사례에는 담당자 문책을 요구했다.

펀드가 투자자를 50인 이상 모집하면 공모펀드, 49인 이하를 모집하면 사모펀드로 분류된다.
공모펀드는 엄격히 규제되지만, 사모펀드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감사원은 아울러 금감원이 검사·감독업무를 할 때 적법절차나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금융사에서 '데이터 제공 동의서'를 받은 뒤에 이를 근거로 전자감식(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운영 규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