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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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류세 인하 연장과 보유세 산정에 쓰이는 공정가액비율 조정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경기 둔화 여파로 세금이 덜 걷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류세 인하를 끝내고 공정가액비율을 높여야 하지만, 물가 상승과 세 부담 확대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5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유류세 인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유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2021년 11월 휘발유·경유 등 석유류에 부과하는 세금을 20% 내렸고, 2022년 5월 인하 폭이 30%로 커졌다. 지난해 7월엔 사상 최고인 37%까지 인하됐다. 올해 들어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은 25%로 줄었지만, 경유는 37%가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유지한다면 인하 폭을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 부담이 커서다. 기재부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 후 지난해 5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었다.

아울러 자산시장 위축과 경기 둔화 여파로 세수 확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올해 1∼2월 국세수입의 경우 5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조7000억원 줄었다. 3월 이후 지난해와 똑같이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예산(400조5000억원)보다 20조3000억원 모자라게 된다. 안정적으로 세입 확보하려면 조금씩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이는 게 합리적 대안이라는 진단이다.

다만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조치에 따른 유가 오름세가 변수로 지목된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36% 오른 배럴당 80.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상승한 것으로 지난 1월 26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컨설팅회사인 FGE의 페레이던 페샤라키 회장은 "유가는 쉽게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 있다"며 "2023년 말까지 가파른 재고 감소가 예상된다"고 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를 매길 때 적용되는 비율인 공정가액비율도 관심이다. 공시가격에서 각종 공제를 하고 남은 금액에 이 비율을 곱하면 과세표준이 된다. 과세표준에서 세율을 곱한 만큼이 세액으로 결정된다. 공정가액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세 부담이 커지게 되는 구조다.

현재 공정가액비율은 종부세 기준 60%다. 제도가 도입된 2009년 이후 2018년까지 80%였는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 비율을 2019년 85%, 2020년 90%, 2021년 95%로 높였다. 지난해에는 세 부담이 급증을 막기 위해 공정가액비율을 60%로 낮췄다.

정부는 올해 적용되는 공정가액비율을 재산세는 4월, 종부세는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락으로 주택 보유세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정가액비율이 어떻게 결정될지에 이목이 쏠린다. 정부는 공정가액비율 조정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행정안전부는 1주택자의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45%에서 더 낮춘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세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가액비율을 다시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