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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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설 등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다행히 각국 금융당국이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일단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분간 이 같은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달러와 금 등 안전 자산을 확보해 전체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저가 분할 매수를 통해 향후 반등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짙어지는 경기침체의 그림자

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 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3.5%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국채의 이 같은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은 지난달 초 1%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1981년 이후 42년 만에 최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웃도는 현상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간주된다.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는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금리 역전 폭이 얼마 전만 해도 1%포인트를 넘었는데 불과 몇주 새 0.4%포인트로 줄어들었다”며 “이처럼 역전 폭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경기 침체가 임박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뜻을 밝혀 자산시장 향방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올해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SVB·CS 사태에 따른 여진에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반영되면 국내 증시도 출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분산 투자로 수익률 방어”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분산 투자로 전체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허도경 신한은행 PWM목동센터 PB팀장은 “성공 투자의 핵심은 안정적인 수익률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 있다”며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안전 자산으로 튼튼한 뼈대를 만든 뒤 투자 자산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장기 국고채 등 안전자산과 선진국 주식 등 위험자산을 6 대 4 비율로 구성하는 포트폴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2017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간 6 대 4 비율의 포트폴리오는 21.84%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이 마이너스(-9.37%)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투자도 눈여겨볼 만하다. 외화 예금과 달러 채권, 달러 주가연계신탁(ELT) 등 투자 상품도 다양하다. 외화 예금은 환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게 장점이지만 1.75%의 환전수수료와 1~1.5% 수준의 인출 수수료가 붙는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서 최고세율(49.5%)이 적용되는 투자자라면 채권 매매 차익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달러 채권도 유망한 편이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라면 달러 주가연계신탁(ELT)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증권사가 발행한 해외 지수 기반의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을 신탁 형태로 담은 달러 ELT는 많게는 연 10%가량의 수익을 지급하기도 한다.

○은행권, 초단기 예·적금 경쟁

연 3%대 초중반 금리를 제공하는 초단기 예금도 인기다. 케이뱅크 ‘코드K 정기예금’은 만기를 최소 1개월부터 최대 36개월 사이에서 하루 또는 월 단위로 가입 가능하다. 금리는 만기 1~3개월 연 3%, 3~6개월 연 3.3% 등이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도 만기 1~3개월 연 3%, 3~6개월 연 3.2% 금리를 준다.

한국은행이 최근 ‘금융기관 여수신이율 등에 관한 규정’을 27년 만에 개정하면서 ‘30일 적금’ 등 고금리 단기 예금 출시도 잇따를 전망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가장 먼저 ‘하나 타이밍 적금’을 내놨다. 최소 가입액 1000원 이상, 50만원 이하 범위에서 최고 연 3.95% 이자(우대금리 적용 시)를 준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기와 금리 향방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금 운용도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라며 “이 같은 수요를 잡기 위한 은행권의 초단기 예·적금 출시 경쟁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