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발(發)' 언론 보도에 대해 "헛소리를 떠드는 놈이 누군지 색출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 일원들이 연일 설화에 오르는 상황에 참다못해 폭발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를 인용한 PPAT 폐지 검토 보도에 대해 "누가 지금 헛소리를 했다. 내가 한 말도 아니고, 자기가 어디서 뭘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헛소리 떠는 놈이 누군지 색출하라고 지시했다"며 "핵심 관계자라는 자가 자기 마음대로 작문해서 있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다. 얻다 대고 함부로 작문하고 있냐"고 비판했다. 평소 온화하다고 알려진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날 또 김 대표에게는 당 민생대책특별위원회 '민생119' 위원장을 맡은 조수진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된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제시하면서 비윤석열계에서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었다.

김 대표는 '조 최고위원의 발언이 적절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그게 무슨 대책이 되겠냐"며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하는데, 본인이 그런 뜻으로 말씀하신 건 아닐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민생특위가 희화화됐다'는 지적에는 "지금 활동 시작했는데, 뭘 희화화됐나. 이제 논의를 시작했는데, 그건 아니다"라고 감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민생119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제주 4·3 사건 발언 태영호 최고위원,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세 차례 설화로 결국 공개 활동 중단에 들어간 김재원 최고위원에 이어 조 최고위원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자 김 대표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허구한 날 받는 기자들 질문이 최고위원들 논란 관련 질문인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온화한 리더십의 김 대표였지만, 앞으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전날 "집권 여당의 일원이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는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며 "당의 기강을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한 매체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김 대표가 최재형 전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을 원점 재검토하고, 이준석 전 대표가 도입한 PPAT 시험도 사실상 폐기하는 수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김 대표는 혁신위 건의안을 보고받고 검토하고 있으며, 도입 가능한 사항을 실무적으로 파악하라고 지시한 바는 있지만, 혁신안 폐기를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