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갑부' 다녀가더니…올 봄 한국서 벌어질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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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브랜드 패션쇼 국내서 줄이어
루이비통 오는 29일 국내 첫 패션쇼
내달 구찌 패션쇼 개최 예정
루이비통 오는 29일 국내 첫 패션쇼
내달 구찌 패션쇼 개최 예정
올 봄 대표적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잇따라 한국에서 패션쇼를 연다. 세계 최대 럭셔리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소속 루이비통이 이달 처음 국내에서 패션쇼를 선보이고, 다음달엔 케링그룹 소속 구찌가 등판한다. 각국 ‘패피(패션피플)’들이 한국으로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한강 세빛섬에서 열리는 '2023 프리폴(Pre-fall) 패션쇼'는 정규 가을·겨울(F/W) 컬렉션 전에 선보이는 컬렉션으로 브랜드 최초의 프리폴 행사이기도 하다. 당초 올봄 가장 주목받은 패션업계 이벤트는 다음달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의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였으나 한 발 먼저 열린다. 구찌는 다음달 16일 서울 경복궁 근정전 일대에서 '2024 구찌 크루즈' 패션쇼를 열 계획이다. 구찌 역시 국내 첫 번째 패션쇼다. 구찌는 지난해 패션쇼를 개최하려다 청와대 패션 화보 논란 영향과 이태원 참사 등으로 취소된 바 있다.
올해 명품 브랜드들이 연달아 국내에서 패션쇼를 여는 것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방증이라고 업계는 평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명품 시장이 커진 데다 K콘텐츠 파워로 한국이 세계 명품 브랜드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가 추정한 지난해 한국의 명품시장은 세계 7위 규모다. 지난해 전년보다 4.4% 성장해 141억6500만달러(약 18조6057억원)에 달했다. 1인당 명품 소비액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을 훌쩍 웃돈다.
명품 기업들은 국내에서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이른바 '3대 명품' 모두 지난해 매출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세 개 브랜드의 2021년 합산 매출은 처음으로 3조원을 넘은 바 있다. 올해 국내 명품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와 같은 고성장세는 아니지만 크게 후퇴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의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1월 -7.2%를 기록해 3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으나 2월에는 2.1%로 반등한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 두자릿수 증가율보다는 성장세가 둔화됐으나 코로나19를 거치며 늘어난 시장 규모가 여전히 유지된 셈이다. 불황에도 소비 패턴 분화현상으로 국내 명품 소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절약한 소비를 바탕으로 확보한 자금을 명품이나 초고가의 서비스 이용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소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에도 1인 가구의 증가와 명품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소량 제품구매 패턴과 초고가 소비지출 형태는 양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소비심리 위축을 부른 경제위기 당시에도 명품을 비롯한 초고가 재화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분석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의류 시장 불황에도 고가 의류 소비는 견조할 전망"이라며 "가계 이자액 부담이 극심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국내 의류 소매판매액은 2.2% 역성장한 반면 백화점 채널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4% 증가했고 이듬해인 2009년에는 10%를 기록하며 오히려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분석했다. 시장 규모보다도 한층 큰 파급력은 K콘텐츠에서 나온다는 진단도 있다. 실제 다수 명품 브랜드들이 K팝 아이돌과 배우를 적극적으로 글로벌 앰버서더(홍보대사)로 기용해 팬심을 잡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의 경우 2021년 루이비통이 하우스 앰버서더로 기용한 바 있다. 군 입대로 멤버들이 개인활동에 들어가자 루이비통은 제이홉을 앰버서더로 발탁했고, LVMH 소속인 디올과 티파니는 지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보테가 베네타는 리더인 RM의 손을 잡았고, 셀린느는 뷔에게 앰버서더를 맡였다.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블랙핑크 역시 멤버 모두가 명품 브랜드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 샤넬'로 불리는 제니를 비롯해 로제(생로랑), 리사(셀린느), 지수(디올) 모두 명품 브랜드와 계약을 맺었다.
5월 패션쇼를 여는 구찌의 경우 2019년부터 그룹 엑소의 카이와 함께 하고 있고, 2021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이정재를 브랜드 글로벌 앰배서더로 추가 영입했다. 최근 이목을 모은 것은 지난해 7월 데뷔한 그룹 뉴진스의 명품 앰버서더 데뷔 소식이다. 멤버 민지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코리아의 선택을 받아 뷰티·패션·워치&쥬얼리 부문 공식 앰버서더가 됐다. 한편,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세계 최고 갑부’ 타이틀을 거머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델핀 아르노 CEO와 함께 방한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인 2019년 10년 이후 3년 5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아르노 회장은 잇따라 국내 유통기업 수장들과 회동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아들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도 잇따라 면담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루이비통, 한국서 첫 패션쇼 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오는 29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패션쇼를 연다.한강 세빛섬에서 열리는 '2023 프리폴(Pre-fall) 패션쇼'는 정규 가을·겨울(F/W) 컬렉션 전에 선보이는 컬렉션으로 브랜드 최초의 프리폴 행사이기도 하다. 당초 올봄 가장 주목받은 패션업계 이벤트는 다음달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의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였으나 한 발 먼저 열린다. 구찌는 다음달 16일 서울 경복궁 근정전 일대에서 '2024 구찌 크루즈' 패션쇼를 열 계획이다. 구찌 역시 국내 첫 번째 패션쇼다. 구찌는 지난해 패션쇼를 개최하려다 청와대 패션 화보 논란 영향과 이태원 참사 등으로 취소된 바 있다.
올해 명품 브랜드들이 연달아 국내에서 패션쇼를 여는 것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방증이라고 업계는 평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명품 시장이 커진 데다 K콘텐츠 파워로 한국이 세계 명품 브랜드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7위 규모 한국 명품시장…K콘텐츠 파급력도
한국은 시장 규모와 영향력 측면에서 입지가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가 추정한 지난해 한국의 명품시장은 세계 7위 규모다. 지난해 전년보다 4.4% 성장해 141억6500만달러(약 18조6057억원)에 달했다. 1인당 명품 소비액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을 훌쩍 웃돈다.
명품 기업들은 국내에서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이른바 '3대 명품' 모두 지난해 매출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세 개 브랜드의 2021년 합산 매출은 처음으로 3조원을 넘은 바 있다. 올해 국내 명품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와 같은 고성장세는 아니지만 크게 후퇴하지도 않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 3사의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 1월 -7.2%를 기록해 3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으나 2월에는 2.1%로 반등한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 두자릿수 증가율보다는 성장세가 둔화됐으나 코로나19를 거치며 늘어난 시장 규모가 여전히 유지된 셈이다. 불황에도 소비 패턴 분화현상으로 국내 명품 소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절약한 소비를 바탕으로 확보한 자금을 명품이나 초고가의 서비스 이용을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소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에도 1인 가구의 증가와 명품에 대한 인식 전환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소량 제품구매 패턴과 초고가 소비지출 형태는 양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소비심리 위축을 부른 경제위기 당시에도 명품을 비롯한 초고가 재화는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분석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최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의류 시장 불황에도 고가 의류 소비는 견조할 전망"이라며 "가계 이자액 부담이 극심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국내 의류 소매판매액은 2.2% 역성장한 반면 백화점 채널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4% 증가했고 이듬해인 2009년에는 10%를 기록하며 오히려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분석했다. 시장 규모보다도 한층 큰 파급력은 K콘텐츠에서 나온다는 진단도 있다. 실제 다수 명품 브랜드들이 K팝 아이돌과 배우를 적극적으로 글로벌 앰버서더(홍보대사)로 기용해 팬심을 잡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의 경우 2021년 루이비통이 하우스 앰버서더로 기용한 바 있다. 군 입대로 멤버들이 개인활동에 들어가자 루이비통은 제이홉을 앰버서더로 발탁했고, LVMH 소속인 디올과 티파니는 지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보테가 베네타는 리더인 RM의 손을 잡았고, 셀린느는 뷔에게 앰버서더를 맡였다.
걸그룹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블랙핑크 역시 멤버 모두가 명품 브랜드의 얼굴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 샤넬'로 불리는 제니를 비롯해 로제(생로랑), 리사(셀린느), 지수(디올) 모두 명품 브랜드와 계약을 맺었다.
5월 패션쇼를 여는 구찌의 경우 2019년부터 그룹 엑소의 카이와 함께 하고 있고, 2021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으로 월드스타 반열에 오른 이정재를 브랜드 글로벌 앰배서더로 추가 영입했다. 최근 이목을 모은 것은 지난해 7월 데뷔한 그룹 뉴진스의 명품 앰버서더 데뷔 소식이다. 멤버 민지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코리아의 선택을 받아 뷰티·패션·워치&쥬얼리 부문 공식 앰버서더가 됐다. 한편,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세계 최고 갑부’ 타이틀을 거머쥔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델핀 아르노 CEO와 함께 방한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인 2019년 10년 이후 3년 5개월 만에 한국을 찾은 아르노 회장은 잇따라 국내 유통기업 수장들과 회동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아들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도 잇따라 면담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