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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모건스탠리 CIO “늘어난 지급준비금, 통화량 증가로 이어지지 않아”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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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는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부터 시작된 은행권 위기를 막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유동성 지원이 증시를 부양하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윌슨은 지난 3일(현지시간)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많은 사람들이 (Fed 지원에서 비롯된) 은행 지급준비율의 급격한 증가를 또 다른 형태의 양적완화로 해석하며, 이런 프로그램은 항상 주가에 좋다는 ‘파블로프식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Fed와 행정부는 SVB가 붕괴되자 곧장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을 가동하는 등 유동성을 지원했다. 이후에도 일부 은행들의 뱅크런 우려가 지속되자 SVB는 퍼스트시티즌스 은행이, 크레디트스위스(CS)는 UBS가 각각 인수키로 하면서 은행권의 위기는 잠잠해졌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의 지급준비금이 늘었다. 윌슨은 이렇게 늘어난 지금준비금이 통화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 Fed의 대차대조표 보유액이 증가하는 동안 미국 은행 시스템의 총 부채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이는 통화량이 은행 지급준비금 증가를 상쇄할 정도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통화량 감소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졌을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2013년 기간 동안 경험했던 양적완화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르다”며 “통화 공급 증가율이 반전될 때까지 경제와 실적 모두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주식 시장이 기대하는 양적완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 상승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소수 종목만 급등하면서 지수를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윌슨은 “8개 종목이 나스닥100지수 전체 수익률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는 10개 종목이 전체 수익률의 95%를 차지했고, 이 10개 종목은 모두 기술 관련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잘못된 성과는 일반적으로 향후 시장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술주들의 상승은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작년에 겪은 경기침체로 비용 절감과 감원에 나설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윌슨은 “신용 경색 위험이 높아지면서 광범위한 경기침체 위험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기술주가 바닥을 찍었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경기침체는 일반적으로 경기사이클에 민감한 사업을 하는 기술 기업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우리는 필수소비재, 헬스케어와 같은 방어적인 섹터를 계속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