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짓다 '스톱' 건설현장 난리 났는데…조용히 웃는 시멘트株[분석+]
시멘트업체의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시멘트 대란'이 발생해 시멘트사가 향후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다만 시멘트 수급이 불균형한 상황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멘트사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3월 28일~4월 5일) 성신양회의 주가는 38.7% 급등했다. 한일시멘트(8.87%), 삼표시멘트(8.66%), 쌍용C&E(2.68%)도 일제히 빨간불을 켰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48%)을 웃돌았다.

시멘트사의 주가가 상승하는 배경엔 '시멘트 대란'이 있다. 일반적으로 1분기는 건설업계의 비수기다. 하지만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사가 지연된 탓에 1분기에도 시멘트 수요가 견조했고,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예년보다 따뜻했던 날씨도 시멘트 수요를 높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분기 시멘트 생산은 지난해 대비 2.6% 증가했지만, 수요는 5.7% 증가했다. 재고량도 67만톤에서 65만톤으로 3% 감소했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건설 공정이 멈추고 있다. 한국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시공능력평가순위 100대 건설사가 운영 중인 154곳 건설 현장 중 98곳(63.6%)에서 시멘트 수급 불안에 따른 공정 중단·지연이 발생했다. 공공 공사 현장은 42곳 중 38곳(90%)에서 시멘트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다.

증권가 "'시멘트 대란', 시멘트사엔 악재 아냐"

증권가에선 '시멘트 대란'이 시멘트사엔 악재가 아니라고 봤다. 공급자 우위 환경이 갖춰져 시멘트사가 가격 결정의 키를 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시멘트사가 우위에서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전기료 인상과 같은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시멘트 가격의 추가 인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멘트 업종에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시멘트 판매량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 시멘트 가격을 인상한 효과가 이제 반영돼 올해 시멘트사의 이익은 대부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주택업에 '중립'을 제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시멘트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44.05로 전년 동기(116.25)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시멘트 가격도 2021년 7월 톤당 7만8800원에서 지난해 11월 10만5400원으로 올랐다.

유연탄 가격은 시멘트 가격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석회석 가루를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이 필요한 데 이때 유연탄 등이 활용된다. 최근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발표한 3월 5주차 주요 광물가격 동향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톤당 195.08 달러로 전주 대비 7% 올랐다.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될 수 있지만, 건설 업황·재고 부담될 것"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멘트 대란'과 같은 수급 불균형이 시멘트 업체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월 발표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건설 경기 변화에 따른 주요 건설자재 수요 변화 연구'에 따르면 수급이 불균형한 상황에선 건설 자재 판매가격이 올라 생산업체의 실적이 단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 장기화되면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할 수 없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 업황이 여전히 부진한 점도 시멘트사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국내 시멘트 업체 매출의 대부분은 내수에서 나온다. 건산연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6.2포인트 하락한 72.2였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박철한 연구위원은 "4월에 신규 수주 상황이 나아져도 여전히 금리가 높아 부동산 경기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시멘트의 이동식 사일로(Silo)사진=한일시멘트
한일시멘트의 이동식 사일로(Silo)사진=한일시멘트
일각에선 시멘트업체가 일부러 감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국시멘트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시멘트협회는 "책임을 전가하려는 섣부른 의혹 제기는 사태 해결보다 업계 간 오해와 불신의 골만 더 깊게 만들 것"이라며 "해외 수요처에 배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내수로 우선 시멘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