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후쿠시마 항의 방문
외교·통상 현안에서 상대국을 향해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나라를 찾아가 직접 따지겠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공식 협상이 열린 2006년 6월, 민주노총과 전국농민연맹 등이 주축이 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미국 워싱턴DC로 원정시위를 떠났다. 당시 정부는 5개 부처 합동 담화문을 내고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원정시위 계획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비판 여론에도 40여 명의 원정시위대는 현지에서 집회와 시위,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의 과격하고 유치한 언행이 새삼 떠오른다. 우리 협상단을 ‘매국노’로 칭한 것도 모자라 FTA가 체결되면 1300만 노동자가 모두 비정규직이 될 것이며, 농업은 파탄날 것이라고 선동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1095억달러, 수입은 816억달러로 2012년보다 각각 87%, 89% 늘었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279억달러로 82% 증가했다.

이번엔 일본을 찾아간다고 한다. 시민단체도 아닌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성곤·양이원영·윤영덕·윤재갑 의원이다. 오늘부터 2박3일 후쿠시마에서 원전 오염 처리수 방출과 수산물 수출 문제에 항의하겠다는 것인데, 도쿄전력과 일본 의원들 섭외가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당연한 일이다. 일본 정부가 뭣하러 정치적 의도가 뻔한 사람들을 상대하겠나. 책임있는 어느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올 공산이 커졌다. 그걸 알면서도 일본 방문을 감행하는 게 더 문제다.

이들의 진짜 관심사는 원전 오염의 정도나 수출입 현황이 아닐 것이다. 이미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이 국내에 들어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했고, 오염 처리수 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을 포함한 11개국이 참여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안전성을 검증하는 마당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의원 방일을 제지하기는커녕 방치하는 걸 보면 반일 프레임을 끝까지 우려먹을 속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물고기라도 낚아 방사능을 검사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류시훈 논설위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