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복불복 세금' 위법"…건물주 잇단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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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깜깜이 감정평가'에 제동 건 법원
법원 "일방적으로 산정, 시가로 보기 어렵다" 과세 취소 명령
상속·증여세 결정 뒤집혀…건물주들 '줄소송' 이어질 듯
법원 "일방적으로 산정, 시가로 보기 어렵다" 과세 취소 명령
상속·증여세 결정 뒤집혀…건물주들 '줄소송' 이어질 듯
국세청이 자의적으로 대상을 선정해 시가로 ‘꼬마빌딩’에 부과한 상속·증여세 결정이 잇따라 뒤집히고 있다. 법원이 세금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건물주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서다. 부과 당시 ‘복불복 세금’에 분통을 터뜨렸던 건물주들이 줄소송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고들은 2019년 7월 아버지와 삼촌이 보유하던 서울 서초구의 꼬마빌딩을 증여받았다. 그 후 당시 공시가격(92억7000만원)을 바탕으로 증여세 약 26억5000만원을 신고해 납부했다. 그런데 2020년 4월 국세청이 외부에 감정평가를 의뢰해 이 건물을 시가(155억2000만원)로 평가하면서 증여세가 53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원고들은 이 같은 처분에 반발해 곧바로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지난달 초에도 같은 이유로 건물주가 상속세 부과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원고들은 아버지 사망 후 상속받은 서울 영등포구 꼬마빌딩 두 채에 대한 상속세(9억8000만원)를 공시가격(33억7000만원) 기준으로 신고해 냈는데, 국세청이 그 후 시가(84억9000만원)로 평가해 26억원을 더 내라고 요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법 개정 전만 해도 상속세는 상속일 전후 6개월,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3개월간 비슷한 자산의 매매나 수용, 공매, 감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비주거용 자산의 가치를 공시가격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었다. 개정 이후엔 기간이 지나더라도 3개월(법정 결정기한)간 과세 대상 부동산이나 이와 비슷한 자산의 매매·감정·수용 등이 있다면 심의위원회를 통해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국세청이 감정기관에 의뢰한 평가 결과도 심의위가 다룰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기준 변경에 건물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세청만 아는 기준으로 감정평가 대상과 가격을 정하면 예상치 못한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국세청은 현재 ‘시가와 차이가 크고 고가에 해당할 경우’ 정도로만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선정 기준을 공개하면 납세자들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로 일부 건물을 상대로만 감정평가를 하다 보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서울행정법원도 이런 방침을 두고 “납세자를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다르게 취급해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건물주의 잇단 승소가 꼬마빌딩 세금 소송전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로펌 조세담당 변호사는 “법원이 최근 같은 법리로 연달아 건물주 손을 들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수십억원의 세금이 달린 문제인 만큼 다른 집주인들도 소송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박시온 기자 jskim1028@hankyung.com
○법원, “국세청 부과 기준 비객관적”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 부장판사)는 국세청이 증여세 약 27억원을 더 부과한 조치에 불복해 건물주 A·B·C씨가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감정가액은 일반적이고도 정상적인 거래에 의해 형성되는 객관적 교환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해야 한다”며 “국세청이 과세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의뢰해 나온 가격은 시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에 과세 처분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원고들은 2019년 7월 아버지와 삼촌이 보유하던 서울 서초구의 꼬마빌딩을 증여받았다. 그 후 당시 공시가격(92억7000만원)을 바탕으로 증여세 약 26억5000만원을 신고해 납부했다. 그런데 2020년 4월 국세청이 외부에 감정평가를 의뢰해 이 건물을 시가(155억2000만원)로 평가하면서 증여세가 53억5000만원으로 뛰었다. 원고들은 이 같은 처분에 반발해 곧바로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지난달 초에도 같은 이유로 건물주가 상속세 부과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줬다. 원고들은 아버지 사망 후 상속받은 서울 영등포구 꼬마빌딩 두 채에 대한 상속세(9억8000만원)를 공시가격(33억7000만원) 기준으로 신고해 냈는데, 국세청이 그 후 시가(84억9000만원)로 평가해 26억원을 더 내라고 요구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꼬마빌딩 세금 소송전 ‘신호탄’ 관측
꼬마빌딩 상속·증여세 불복소송은 국세청이 2020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을 시행하면서 불거졌다. 국세청은 “시가 기준으로 세금을 내는 주택 보유자와의 조세 형평성을 맞추겠다”며 비주거용 부동산 과세 방침을 변경했다. 비주거용 부동산은 거래가 자주 일어나지 않아 대체로 공시가격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진다. 시세와의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꼬마빌딩 증여가 한때 자산가들 사이에서 절세 수단으로 조명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법 개정 전만 해도 상속세는 상속일 전후 6개월,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3개월간 비슷한 자산의 매매나 수용, 공매, 감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비주거용 자산의 가치를 공시가격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었다. 개정 이후엔 기간이 지나더라도 3개월(법정 결정기한)간 과세 대상 부동산이나 이와 비슷한 자산의 매매·감정·수용 등이 있다면 심의위원회를 통해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국세청이 감정기관에 의뢰한 평가 결과도 심의위가 다룰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기준 변경에 건물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국세청만 아는 기준으로 감정평가 대상과 가격을 정하면 예상치 못한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국세청은 현재 ‘시가와 차이가 크고 고가에 해당할 경우’ 정도로만 기준을 공개하고 있다. 선정 기준을 공개하면 납세자들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인력과 예산 등의 한계로 일부 건물을 상대로만 감정평가를 하다 보니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서울행정법원도 이런 방침을 두고 “납세자를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다르게 취급해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건물주의 잇단 승소가 꼬마빌딩 세금 소송전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로펌 조세담당 변호사는 “법원이 최근 같은 법리로 연달아 건물주 손을 들어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수십억원의 세금이 달린 문제인 만큼 다른 집주인들도 소송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성/박시온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