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자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둔화하면서 대기성 자금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예·적금 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주춤해진 '逆머니무브'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619조2650억원으로 전월보다 10조1116억원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지만 언제든 인출이 가능해 대기성 자금으로 꼽힌다.

반면 예·적금 잔액은 감소세로 전환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총수신 잔액은 1871조5370억원으로 전월 대비 18조2675억원 줄었다. 정기예금 잔액이 805조3384억원으로 전달보다 10조3622억원 감소했고, 정기적금도 37조908억원으로 전월 대비 2312억원 줄었다.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이 늘고, 정기예금이 감소한 것은 시장금리 하락으로 예금금리가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금융 소비자들이 주식과 부동산 시장 반등을 노리고 대기 자금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연 5%대까지 올랐던 5대 은행의 주요 예금금리는 이날 1년 만기 기준 연 3.35~3.53% 수준까지 내렸다.

반면 개인 투자자의 증시 참여 의향을 예측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3조5047억원으로 올초(48조4811억원)보다 5조236억원 늘었다.

채권 등 대체 투자처로 향하는 자금도 많아졌다. 올 1분기 개인 채권 순매수액은 8조655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451억원)의 다섯 배가 넘었다. 채권 종류별로는 국채가 3조48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부터 금리 수준이 높아진 여신금융채(2조5966억원), 회사채(2조95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