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거액 기부·후원…진옥동 회장은 '키다리 아저씨'
“현준군을 보면 어릴 적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의 소중한 꿈이 힘든 환경에 가로막히는 것 같아 많이 속상했어요. 현준군의 노력이 결실을 보게 돼 매우 기쁘고 흐뭇합니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유현준 군(18·가명)은 입학 선물로 최신 노트북, 500만원의 학자금과 함께 후원자의 친필 편지를 받았다.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학업에 집중하기 어려웠지만 후원자를 만나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대학에 입학해 오랫동안 꿈꿔온 교사란 직업에 한걸음 다가가게 됐다.

그에게 친필 편지를 보낸 후원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62·사진)이다. 진 회장은 2019년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후 선행을 이어왔다. 사적으로 기부한 금액만 2억2500만원에 달한다. 그는 2020년 굿네이버스를 통한 개인 누적 기부금이 1억원을 넘어 고액 기부자 모임(더네이버스아너스클럽)에 가입됐지만 ‘조용히 선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

최근 사랑의열매 기부를 통해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하면서 뒤늦게 진 회장의 선행이 알려졌다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다. 진 회장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1986년 신한은행으로 옮겨 인사·영업·글로벌 등 핵심 업무를 고루 맡았다. 신한은행장으로 ‘고졸 신화’를 쓴 데 이어 지난달 23일 자산 700조원 규모의 신한금융 회장 자리에 올랐다. 진 회장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아이들의 꿈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기부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했다.

진 회장은 임직원 사이에서도 ‘키다리 아저씨’로 통한다. 직원들이 도움이 필요한 사연을 클릭해 기부하는 ‘사랑의 클릭’과 승진 생일 등에 기부하는 ‘좋은날 좋은기부’ 등에 진 회장이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어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