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작년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판매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는 중국 BYD, 미국 테슬라 등에 이어 6위에 그쳤다. 전기차 판매 속도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미래차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기아가 5일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30% 이상 올려 잡은 이유다.
"이젠 전기차로 돈 벌겠다"…현대차그룹, 라인업 32종으로 확대
현대차도 이르면 상반기에 공개할 중장기 목표를 더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여기엔 ‘만들면 팔린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글로벌 ‘전기차 톱 티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전이 구체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기차 판매 목표 대폭 상향

기아는 이날 ‘2023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전기차 판매 목표를 2026년 100만5000대, 2030년 160만 대로 1년 만에 각각 25%, 33% 끌어올렸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320만 대를 시작으로 2026년 401만 대, 2030년 430만 대를 제시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은 2030년 ‘347만 대+α’로 늘게 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를 187만 대로 제시했는데, 상반기로 예상되는 인베스터데이에서 이 목표를 올려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기아처럼 2030년 목표치를 30%가량 높여 243만 대로 제시한다면 2030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은 400만 대를 웃돌 수 있다. BYD(187만 대) 테슬라(131만4000대)의 작년 판매량과 비교해 두세 배 수준이다.

기아는 생산력 확충과 거점 다변화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현대차와 함께 미국 조지아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연 30만 대 규모) 준공 기한을 내년으로 앞당길 계획이다. 유럽과 인도에서도 2025년부터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국내에선 오토랜드 광명의 일부 시설을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환한다.

상품 경쟁력도 높인다. 2027년까지 15개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추기로 했다. 지난해 계획보다 차종을 한 개 늘렸다. 다음달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시작으로 레이EV(8월), 중국 전략 모델 EV5(11월)를 잇달아 출시한다.

○전기차·배터리 현지 생산 강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북미에서 전기차·배터리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직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기아는 향후 최대 다섯 개 차종까지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터리 현지 생산·구매 체계도 갖춘다. 기아는 배터리회사들과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을 구체적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로 돈 버는 시대’도 예고했다. 2030년 영업이익 16조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의 수익 기여 비중은 작년 5%에서 2026년 32%, 2030년 53%로 급등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전망했다. 이를 위해 2026년 배터리 원가를 지금보다 10% 줄이고, 2030년까지 추가로 30%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역량도 강화한다. 2025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신차에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적용한다. 다음달 출시하는 EV9에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되는 ‘핸즈오프’ 자율주행(3단계) 기술을 적용하고, 2026년에는 일정 조건에서 전방 주시조차 필요 없는 ‘아이즈오프’가 가능한 고속도로자율주행(HDP)2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는 이를 위해 2027년까지 5년간 약 32조원을 투자한다.

빈난새/김일규/배성수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