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은 실형…'관저 100m 집회 일괄금지 과도' 헌재 판단 영향
'청와대 불법집회' 민주노총 前지회장 2심서 집행유예
청와대 주변 등에서 불법 집회를 연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전국민주노동총연합회(민주노총) 전 지회장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 한기수 남우현 부장판사)는 6일 일반교통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수억 전 민주노총 기아차 비정규직지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원심 형량은 징역 1년 6개월이었다.

함께 기소된 조합원 16명 중 원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정모·윤모·지모씨는 각각 벌금 300만원으로 형이 줄었다.

또 1심에서 벌금 100만∼200만원을 선고받은 박모씨 등 6명은 2심에서 벌금 80만~150만원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7명은 원심의 형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김 전 지회장 등이 2019년 1월 청와대 앞에서 벌인 시위와 관련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를 원심과 달리 무죄로 봤다.

이는 작년 말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의 집회·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따른 판단이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이 2018년 7월 고용노동청 청사에서 벌인 시위에 관해서도 "원심은 공동퇴거불응 등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퇴거불응 경위와 내용에 비춰 유죄 책임을 지우기 부당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김 전 지회장은 현대·기아차 불법 파견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 해결에 정부가 직접 나서달라며 2018년 9월 20일부터 17일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4층에서 점거 농성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 해 11월엔 대검찰청 청사 로비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불법 파견 수사를 촉구하는 농성을, 이듬해 1월에는 청와대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혐의도 있다.

이날 김 전 지회장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법정에 출석한 조합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전 지회장은 선고 후 취재진에 "위축되지 말고 더 싸우라는 동료들의 뜻이 이번 판결을 이끌어낸 것 같다"며 "앞으로 더 힘차게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