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새 격전지 '슈퍼컴퓨터'…AI 학습 인프라 시장 정조준
구글이 자체 설계한 인공지능(AI) 반도체로 구동하는 슈퍼컴퓨터를 공개하며 선두 업체인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빅테크의 AI 개발 경쟁이 슈퍼컴퓨터 분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AI 학습에 필요한 슈퍼컴퓨터 등 ‘컴퓨팅 인프라’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구글은 5일(현지시간) 자사의 AI 슈퍼컴퓨터가 엔비디아의 시스템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16년부터 AI 반도체인 TPU(텐서프로세싱유닛)를 자체 설계하고 배포해왔다.

구글은 전날 TPU 4000개 이상으로 AI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공개했다. AI 모델을 실행하고 학습시키도록 설계된 맞춤형 구성 요소와 결합된 이 슈퍼컴퓨터는 2020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구글의 대규모 언어모델인 PaLM 모델을 50일 동안 학습시키는 데 활용됐다.

‘TPU v4’라고 불리는 슈퍼컴퓨터에 대해 구글은 “엔비디아의 A100으로 구성된 슈퍼컴퓨터보다 1.2~1.7배 빠르고 1.3~1.9배 적은 전력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더 뛰어난 성능, 확장성, 가용성 덕분에 TPU v4가 대규모 언어모델의 주력 컴퓨터가 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구글이 비교한 엔비디아의 A100은 최신 AI 반도체가 아니라 이전 버전이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회사의 개발자 콘퍼런스 ‘GTC’에서 최신 AI 반도체인 H100(사진)을 공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반도체의 표준을 관리하는 ML커먼스가 수행한 테스트 결과를 인용해 “H100이 이전 세대인 A100보다 4배 이상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아마존, 구글, 오라클 등 클라우드 업체와 손잡고 H100을 기반으로 만든 슈퍼컴퓨터를 구독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자체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하기 어려운 기업들에 자사의 슈퍼컴퓨터를 빌려줘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