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살해 유죄 인정되면 중형…정인이 양모는 징역 35년
정인이 사건으로 본 '12살 초등생 살해' 계모의 예상 형량
12살 초등학생을 학대해 멍투성이로 숨지게 한 계모와 친부가 첫 재판을 앞둔 가운데 이들이 받을 형량에 관심이 쏠린다.

6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43)씨의 첫 재판은 오는 13일 인천지법 324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그의 남편 B(40)씨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A씨는 지난해 3월 9일부터 지난 2월 7일까지 11개월 동안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12)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C군이 성경 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자주 무릎을 꿇린 채 장시간 벌을 세웠고, 연필로 허벅지를 찌르거나 알루미늄 봉 등으로 온몸을 때리기도 했다.

C군은 숨지기 이틀 전 옷으로 눈이 가려진 채 16시간 동안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을 묶였고, 그 사이 A씨는 방 밖에서 폐쇄회로(CC)TV와 유사한 '홈캠'으로 감시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태아를 유산을 하자 모든 원망을 B군에게 쏟아내며 점차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인이 사건으로 본 '12살 초등생 살해' 계모의 예상 형량
친부인 B씨도 2021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드럼 채로 아들 C군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모로부터 장기간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면서 10살 때 38㎏이던 C군의 몸무게가 사망 당일에는 29.5㎏으로 줄었다.

또래 평균보다 키는 5㎝가 더 큰데도 몸무게는 15㎏이나 적었다.

경찰 조사에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한 A씨는 법정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A씨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된 만큼 "학대 당시 의붓아들의 사망 가능성을 예상할 수 없었다"며 빠져나가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기소 후 사선 변호인이 이번 사건을 맡는데 부담감을 토로하며 사임함에 따라 재판부가 지정한 국선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예정이다.

A씨 부부의 형량은 지난해 4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정인이 사건'으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인 정인이를 학대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모는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줄어든 형량대로 확정됐다.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정인이의 양부는 징역 5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정인이 사건으로 본 '12살 초등생 살해' 계모의 예상 형량
A씨처럼 정인이의 양모도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했지만, 1·2심 재판부는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신설된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됐기 때문에 단순 살인 등 혐의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정인이 양모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다.

아동학대살해죄가 유죄로 인정되면 사형·무기징역이나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하한선이 징역 5년 이상인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무겁다.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신설한 아동학대살해죄의 양형기준에 따르면 권고형 범위는 징역 17∼22년, 감경 영역은 징역 12∼18년, 가중 영역은 '징역 20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 이상'이다.

당시 양형위는 살인죄의 양형기준과 비교해 더 무거운 형량 범위를 적용하는 서술식 기준도 따로 만들었다.

정인이 사건의 1·2심 결심공판에서 양모에게 사형을 구형한 검찰이 A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지도 관심사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장시간 의자에 손발을 묶어두거나 온몸을 구타해 결국 숨지게 한 계모의 범행 수법을 고려할 때 아동학대살해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중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방임한 친부도 실형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