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있다면 성별 안 따진다"…日 여성 사장이 일으킨 혁명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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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산업이 어때서'…日 강소기업 탐방 (6)
사케 빚기 30년, 여성 도지가 일으킨 혁명
긴조급 쌀로 다이긴조의 향과 맛 내는 편평정미
일찌감치 진가 알아본 이마다주조
일본서도 드문 여성 사장 겸 도지가 4대째
'한국인용 사케' 등으로 세계 20개국 수출
사케 빚기 30년, 여성 도지가 일으킨 혁명
긴조급 쌀로 다이긴조의 향과 맛 내는 편평정미
일찌감치 진가 알아본 이마다주조
일본서도 드문 여성 사장 겸 도지가 4대째
'한국인용 사케' 등으로 세계 20개국 수출
쌀을 40% 깎은 긴조용 쌀(정미보합 60 이상)로 50% 이상 깎은 다이긴조급 사케의 맛과 향을 내는 편평정미(扁平精米) 기술. 세계 최대 정미기 업체 사타케가 사케의 등급 체계를 바꿔놓을 기술을 개발했지만 술을 빚는 건 결국 양조장이다.
편평정미가 아무리 획기적이어도 양조장이 써주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의 양조업계는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양조장일수록 새로운 기법과 새로운 정미기를 도입하는데 저항이 크기 마련이다.
연수양조법과 동력정미기를 과감하게 도입해 사케 불모지 히로시마를 일본 3대 사케 양조 지역으로 탈바꿈시킨 이 지역의 양조장들은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었다. 편평정미 기술을 받아들여 빚은 사케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편평정미를 가장 앞서 도입한 양조기업 가운데 한 곳이1868년 창업한 이마다주조(今田酒造)다. 이마다주조는 100여년 전 연수양조법과 사타케의 동력정미기를 처음 받아들인 양조장 가운데 하나. 이번에는 편평정미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본 양조장이 됐다.
이마다주조의 대표이자 도지(杜氏·술 제조 총책임자)는 일본 양조업계에서는 드물게도 여성이다. 이마다주조의 4대째인 이마다 미호(今田美穂) 사장 겸 도지가 주인공이다. 33살에 이마다주조를 물려받은 그는 올해로 술 빚기 28년째를 맞는다. 이마다 미호 사장은 "가업을 잇기 위해 (술 빚기에) 도전했는데 잘 안됐다. 잘 안 됐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맛있는 사케를 만들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처럼 힘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몇 년을 노력해도 제대로 된 사케가 만들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는 그만둘 수 없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심정으로 계속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일부 지역은 최근까지도 술 빚는 곳에는 여성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반면 해상 교통의 요지여서 인재와 물산의 드나듬이 활발했던 히로시마 해안 지역은 예로부터 개방적인 지역이었다. 기술만 갖추고 있으면 성별은 따지지 않고 대접받을 수 있다고 이마다 사장은 설명했다. 여성인 이마다 사장이 4대째로 가업을 물려받는데 반대하는 집안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가업을 이었다고 해도 시장이 점점 줄어드는 사케 만들기를 30여년 가까이 계속하는 것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마다 사장은 "일본의 사케, 독일의 맥주, 프랑스 와인 할 것 없이 전통주 시장이 줄어드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다. 반면 미국의 수제맥주와 같이 전통기술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새로운 장르의 술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사케를 만드는 기본적인 기술, 즉 쌀과 물만으로 미생물을 이용해 술을 만드는 기술은 새로운 장르의 술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기술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술의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키타의 아라마사(新政), 아오모리의 덴슈(田酒) 등 대표적인 고급 사케를 빚는 양조장들도 편평정미를 도입한 사케 빚기에 가세했다. 이마다주조는 히로시마 해안가의 작은 마을 아키츠의 양조장이다. 오늘날에는 생산한 사케의 30%를 세계 20개국에 수출한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사케를 따로 개발하는 등 다품종 소량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마다 사장에 따르면 1년 내내 해산물과 과일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히로시마 지역의 사케는 뛰어난 계절감이 장점이다. 여성 도지, 편형정비와 같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온 이마다 사장의 꿈은 단순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급료를 제대로 지급할 수 있고, 다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이나 순이익을 늘리는 것과 같은 경영적인 측면은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랬음 진작에 다른 일을 했겠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히로시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연수양조법과 동력정미기를 과감하게 도입해 사케 불모지 히로시마를 일본 3대 사케 양조 지역으로 탈바꿈시킨 이 지역의 양조장들은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었다. 편평정미 기술을 받아들여 빚은 사케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편평정미를 가장 앞서 도입한 양조기업 가운데 한 곳이1868년 창업한 이마다주조(今田酒造)다. 이마다주조는 100여년 전 연수양조법과 사타케의 동력정미기를 처음 받아들인 양조장 가운데 하나. 이번에는 편평정미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본 양조장이 됐다.
이마다주조의 대표이자 도지(杜氏·술 제조 총책임자)는 일본 양조업계에서는 드물게도 여성이다. 이마다주조의 4대째인 이마다 미호(今田美穂) 사장 겸 도지가 주인공이다. 33살에 이마다주조를 물려받은 그는 올해로 술 빚기 28년째를 맞는다. 이마다 미호 사장은 "가업을 잇기 위해 (술 빚기에) 도전했는데 잘 안됐다. 잘 안 됐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맛있는 사케를 만들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처럼 힘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몇 년을 노력해도 제대로 된 사케가 만들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는 그만둘 수 없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심정으로 계속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일부 지역은 최근까지도 술 빚는 곳에는 여성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반면 해상 교통의 요지여서 인재와 물산의 드나듬이 활발했던 히로시마 해안 지역은 예로부터 개방적인 지역이었다. 기술만 갖추고 있으면 성별은 따지지 않고 대접받을 수 있다고 이마다 사장은 설명했다. 여성인 이마다 사장이 4대째로 가업을 물려받는데 반대하는 집안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가업을 이었다고 해도 시장이 점점 줄어드는 사케 만들기를 30여년 가까이 계속하는 것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마다 사장은 "일본의 사케, 독일의 맥주, 프랑스 와인 할 것 없이 전통주 시장이 줄어드는 건 세계적인 흐름이다. 반면 미국의 수제맥주와 같이 전통기술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새로운 장르의 술은 크게 성장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사케를 만드는 기본적인 기술, 즉 쌀과 물만으로 미생물을 이용해 술을 만드는 기술은 새로운 장르의 술을 만드는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기술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술의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키타의 아라마사(新政), 아오모리의 덴슈(田酒) 등 대표적인 고급 사케를 빚는 양조장들도 편평정미를 도입한 사케 빚기에 가세했다. 이마다주조는 히로시마 해안가의 작은 마을 아키츠의 양조장이다. 오늘날에는 생산한 사케의 30%를 세계 20개국에 수출한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사케를 따로 개발하는 등 다품종 소량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이마다 사장에 따르면 1년 내내 해산물과 과일이 풍부하게 생산되는 히로시마 지역의 사케는 뛰어난 계절감이 장점이다. 여성 도지, 편형정비와 같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온 이마다 사장의 꿈은 단순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급료를 제대로 지급할 수 있고, 다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이나 순이익을 늘리는 것과 같은 경영적인 측면은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랬음 진작에 다른 일을 했겠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히로시마=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