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 소속 국가가 기습 삭감한 여파가 완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주 가파르게 치솟던 유가는 진정세에 접어들었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감산 규모보다 클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09달러(0.1%) 오른 배럴당 80.70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물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0.13달러(0.2%) 상승한 배럴당 85.12달러로 집계됐다.
감산 여파 짓누른 경기침체 공포, 유가 진정세 접어들어[오늘의 유가동향]
유가 선물 시장은 성금요일인 오는 7일에 휴장한다. 이번 주 WTI는 약 6.7%, 브렌트유는 6.6% 상승 마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으로 이뤄진 OPCE+ 회원국이 기습적으로 하루 116만배럴을 추가 감산을 발표한 여파다.
감산 여파 짓누른 경기침체 공포, 유가 진정세 접어들어[오늘의 유가동향]
OPEC+의 감산 조치를 비롯해 미국 내 원유 재고가 2주 연속 감소하며 원유 트레이더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로이터에 따르면 원유를 비롯해 휘발유, 증류유 등 정제과정을 거친 석유 제품도 재고량이 감소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과 다우존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373만배럴 감소한 4억6천995만배럴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였던 150만배럴 감소보다 감소 폭이 더 컸다.

미국 에너지 기업은 2주 연속 시추 장비를 줄였다. 유전 서비스 회사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원유 생산량의 지표인 이번 주 미국에서 가동된 시추 장비 수는 590대로 전주 대비 2대 감소했다.

재고 감소로 인해 미국 내 휘발윳값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가스 버디에 따르면 이달 첫 주에 미국 내 휘발유 평균값은 갤런(3.8L)당 3.54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감산에 따라 미국 내 석유 기업이 소매가격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도 국제 유가가 진정된 이유는 경기침체 때문이다. 고용지표가 둔화하며 침체 우려가 커졌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8000건으로 예상치(20만 건)를 웃돌았다. 4일 발표된 미국의 2월 구인 건수는 990만 건으로 2021년 5월 후 처음으로 1000만 건 아래로 내려갔다.

고용지표를 비롯해 생산자물가지수, 소매 판매 등 다양한 지표에서 침체 조짐이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3.9포인트 하락했다.

소비도 줄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4%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트코의 3월 매출 증가율은 약 0.9%로 2020년 4월 이후 최소폭이었다.

로버트 야거 미즈호증권 이사는 "침체 위협으로 인한 수요 축소 규모가 감산량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 하락에 베팅하는 헤지펀드가 대거 늘어나면서 트레이더들은 되레 가격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