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0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여야가 오는 10일부터 국회의원 299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난상토론을 벌인다. 각 안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는 정당의 셈법이 복잡한 상황에서 여당이 여론을 의식해 꺼내든 '의원 수 감축' 카드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복잡한 유불리 계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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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따르면 전원위는 오는 10~13일 2~5차 회의를 열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결의한 선거제 개편안을 논의한다. 정개특위는 지난달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세 가지 안을 마련해 전원위에 넘겼다. 의원 정수는 모두 현행 300석을 유지한다.

첫 번째 안인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대도시와 농·어촌 지역구에 각각 다른 선거제를 적용하는 복합선거구제다. 대도시의 경우 지역구마다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농어촌 지역은 1명을 선출하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 지난 총선에서 253개 지역구 기준으로 민주당은 득표율 49.9%,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41.5%를 기록했다. 양당 득표율 차는 8.4%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의석수는 163석 대 84석으로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이 안이 도입되면 사표(死票) 최소화를 통한 수도권 의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승자독식 구조를 깨고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안인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에는 권역별·준연동형 배분 방식을 도입한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정당이 얻은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즉, 현행 준연동형을 권역별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해당 안은 현행 선거제도와 가장 유사한 방안으로,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선호하고 있다. 다만 '꼼수 위성정당' 논란을 불렀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손질해야 한다는 데 여야가 공감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양당의 약속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안인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의당 등 제3당에 가장 유리한 안으로 평가된다. 지역구는 4~7인을 선출하는 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 비례대표 의석은 전국구·병립형으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유권자는 각 정당 기표란과 후보 기표란에 따로 기표하게 된다. 각 정당은 득표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정받고 득표순에 따라 높은 후보부터 의석을 차지한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만큼 비례성이 대폭 강화된다.

여당이 띄운 '의원 수 감축'…야당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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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선거제를 두고 '의원들의 생사가 걸려 있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치열한 토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반면 이 가운데 여당 수장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돌연 화두를 던진 '의원 수 감축'도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장내 혼잡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의원 정수 축소를 전원위에서 논의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국민이 의원 정수를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그가 인용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달 21~24일까지 만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으로, 의원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57%였고, '늘려도 된다'는 9%, '현재가 적당하다'는 30%였다.

김 대표는 "제헌국회에서 국회의원 의석수를 200석으로 시작했고 헌법에서도 200인 이상이라고 200이라는 숫자를 명시 규정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며 "지금의 300석이 절대적인 숫자인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 30석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본다"며 "국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신뢰 회복을 위한 특권 내려놓기조차 없이 선거 제도만 개편하자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고위원들의 잇단 논란으로 인한 여론 악화와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자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김정재 의원은 7일 라디오에서 "시기를 보고 얘기를 꺼낸 게 아니고 김 대표는 계속해서 의원 수 정수 감축을 당내에서 비공식적으로 얘기해오셨다"며 "전원위에서 중대선거구제가 통과된다면 충분히 줄일 수 있는 여력이 나온다"고 전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럴 바에야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고 국회의원 100명 줄이자는 얘긴 왜 안 하느냐"며 "무개념에 무책임한, 인기에만 영합해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은 결코 국민에게 박수받지 못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의당도 논평을 내고 "위기를 모면하겠답시고 아무말대잔치를 벌이는 모습이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며 "특권은 내려놓고 권력은 분배되어야 한다. 의석수를 줄인다는 것은 이미 가진 자들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