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LG전자가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거뒀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1분기 영업이익 1조5000억원에 육박해 14년 만에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비상경영 체제'로 수익성을 확보해 시장 기대치를 웃돈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침체 속 영업익 1.5조 육박…삼성 첫 추월

"삼성전자 첫 추월"…LG전자 영업익 1.5조 '깜짝 실적' [종합]
LG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익 1조4974억원, 매출액 20조417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호실적을 거둔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22.9%, 2.6% 감소한 수치지만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영업익은 세 번째, 매출액은 두 번째로 많다. 증권가 추정치(매출액 20조7540억원·영업이익 1조1149억원)도 웃돌았다.

영업익은 삼성전자를 제쳤다.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14년 만에 처음. 앞서 이날 오전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8% 급감한 6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 실적을 좌우하는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 적자가 나 실적을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부문별 세부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LG전자의 수익성 방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 LG전자는 공장 가동률을 낮춰 강도 높은 생산 조절에 들어갔다. 지난해 LG전자 연결기준 전체 재고 자산은 약 9조3888억원으로 전년(약 9조7540억원) 대비 3650억원 줄었다.

"선제적 대응 주효했다…2분기도 호실적 전망"

LG전자 여의도 사옥. 사진=연합뉴스
LG전자 여의도 사옥. 사진=연합뉴스
회사 측은 세계적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둔화에도 '워룸'(War room·전시상황실) 등을 선제 운영하며 사업 구조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사업 성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에 일시적 특허수익이 포함돼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사업의 수익성이 대폭 강화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 변화에 둔감한 기업간(B2B) 거래 매출 및 프리미엄 가전 수요 회복 등도 실적 부진을 상쇄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가전(H&A), TV(HE) 주문량이 양호한 가운데 전장부품(VS), 비즈니스솔루션(BS)의 흑자 규모가 확대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회사 관계자 역시 "전장 사업의 고속 성장과 B2B 비중 확대가 지속되고 있고 콘텐츠·서비스, 솔루션 등 비(非)하드웨어 사업과 온라인 브랜드숍을 앞세운 소비자직접판매(D2C) 영역에서도 의미 있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번에 흑자 전환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신규 성장 동력인 전장 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동원 연구원은 "올해부터 경기 변화에 둔감한 B2B 매출 확대로 과거의 '상고하저' 실적 패턴에서 탈피해 분기 평균 1조원 이상의 영업익 달성이 예상된다. LG전자의 B2B 매출 비중은 2020년 16%에서 2023년 32%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모습.(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LG전자 사옥 모습.(사진=연합뉴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