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파자+임핀지, 난소암에 효과적일까…FDA 넘기 위해 해결할 4가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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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스트라제네카가 발표한 BRCA 변이 없는 난소암 환자 대상 린파자 병용요법 임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병용요법에서 무진행생존률(PFS)가 개선된 점은 주목할만하지만 린파자를 포함한 PARP 억제제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적응증을 취소한 사례가 있는 만큼 전체생존률(OS) 개선 등의 데이터가 더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5일(미국 시간) 새로 진단된 BRCA 변이가 없는 진행성 고도 상피성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DUO-O)에서 린파자가 유지법으로써 PFS를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시험이 린파자의 ‘부활’을 목적으로 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야심찬’ 임상시험으로 보고 있다.
린파자의 시작은 화려했다. 2014년 BRCA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속승인을 받아 PARP 억제제로는 처음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값싼 화학요법 대비 임상적 효능이 불분명하며, 사망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후 소개되면서 지난해 8월 제약사들이 나서서 해당 적응증을 자진 취하했다.
린파자뿐 아니라 제줄라(성분명 니라파립·GSK), 루브라카(루카파립·클로비스 온콜로지)도 해당 적응증을 취소했다. 현재 린파자는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 한해 화학요법 후 유지요법으로 쓰이고 있다.
문제 제기의 신호탄은 헬스케어와 기술분야 특화된 미국 투자은행인 SVB 시큐리티의 분석가 다이애나 그레이보쉬가 쏘아올렸다. 지난 6일(미국 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보고서에서 해당 임상 결과에서의 아쉬운 점을 지적하며 “아스트라제네카의 의도대로 린파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적응증 확대를 승인받기 위해선 전체생존률(OS) 등 다양하고 성숙한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분석가가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적응증 축소 등에 따른 PARP억제제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다. PARP억제제는 DNA 복구 과정에 돌연변이가 있는 종양을 공략하는 표적 치료제인데, 종양이 새로운 복구 기전을 확보하는 등으로 내성이 생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장기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OS 등 장기적인 데이터에 대한 발표 시점을 후속분석 이후로 미뤘다.
둘째는 임핀지를 비롯해 앞선 PD-(L)1 면역관문억제제와 PARP억제제 임상에서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다양한 고형암 임상에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키트루다와 린파자 병용요법이 전이성 전립선암 임상에서 지난해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스트라제네카가 임상에 성공했다. 왜 성공한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BRCA 변이 유전자 외 DNA 복구 결함과 관련된 돌연변이를 분석하지 않은 점도 함께 지적됐다. BRCA 변이는 없었지만 다른 복구 관련 변이가 있어 PARP 억제제가 효과를 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신약 개발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신약벤처 셀러스의 김성근 대표는 “해당 질환에서 각각의 효능을 보이던 2가지 약 A와 B를 함께 사용해 시너지(상승) 효과를 확인한 게 아니라, 효능이 없거나 부족했던 약 2개를 함께 사용했더니 새로운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제약사가 확인한 임상 결과가 통계적 오류가 아니라면 이번 병용요법을 하나의 ‘신약’으로 보고 작용기전(MOA) 등을 새롭게 밝혀 FDA에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PD-(L)1과 PARP억제제 병용요법은 실패했는데, 임핀지와 린파자 병용이 성공한 이유 등이 명쾌히 설명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린파자는 현재 BRCA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들의 유지요법으로만 쓰이고 있으며 BRCA 변이가 있는 비율은 26% 이하다. 이번 임상 결과에 힘입어 린파자의 적응증이 확대된다면 시장경쟁력 또한 커질 수 있다. 린파자의 지난해 매출은 26억3800만달러(약 3조4742억원)였다.
항암신약개발기업 에임드바이오의 허남구 대표는 “지난해 자발적인 적응증 축소 이후 PARP 진영이 위축된 상황에서 BRCA 변이와 같은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장기적인 효능을 낼 수 있다는 걸 입증하면 업계에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가 추후 발표할 OS 등 장기적인 데이터가 결국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일동제약의 신약개발 자회사 아이디언스가 BRCA 변이가 있는 고형암을 대상으로 PARP억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10일 17시 51분 게재됐습니다.
병용요법에서 무진행생존률(PFS)가 개선된 점은 주목할만하지만 린파자를 포함한 PARP 억제제의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적응증을 취소한 사례가 있는 만큼 전체생존률(OS) 개선 등의 데이터가 더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5일(미국 시간) 새로 진단된 BRCA 변이가 없는 진행성 고도 상피성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DUO-O)에서 린파자가 유지법으로써 PFS를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시험이 린파자의 ‘부활’을 목적으로 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야심찬’ 임상시험으로 보고 있다.
린파자의 시작은 화려했다. 2014년 BRCA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속승인을 받아 PARP 억제제로는 처음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값싼 화학요법 대비 임상적 효능이 불분명하며, 사망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후 소개되면서 지난해 8월 제약사들이 나서서 해당 적응증을 자진 취하했다.
린파자뿐 아니라 제줄라(성분명 니라파립·GSK), 루브라카(루카파립·클로비스 온콜로지)도 해당 적응증을 취소했다. 현재 린파자는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 한해 화학요법 후 유지요법으로 쓰이고 있다.
문제 제기의 신호탄은 헬스케어와 기술분야 특화된 미국 투자은행인 SVB 시큐리티의 분석가 다이애나 그레이보쉬가 쏘아올렸다. 지난 6일(미국 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보고서에서 해당 임상 결과에서의 아쉬운 점을 지적하며 “아스트라제네카의 의도대로 린파자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적응증 확대를 승인받기 위해선 전체생존률(OS) 등 다양하고 성숙한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분석가가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적응증 축소 등에 따른 PARP억제제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이다. PARP억제제는 DNA 복구 과정에 돌연변이가 있는 종양을 공략하는 표적 치료제인데, 종양이 새로운 복구 기전을 확보하는 등으로 내성이 생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장기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OS 등 장기적인 데이터에 대한 발표 시점을 후속분석 이후로 미뤘다.
둘째는 임핀지를 비롯해 앞선 PD-(L)1 면역관문억제제와 PARP억제제 임상에서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이 다양한 고형암 임상에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키트루다와 린파자 병용요법이 전이성 전립선암 임상에서 지난해 실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갑자기 아스트라제네카가 임상에 성공했다. 왜 성공한 것인지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BRCA 변이 유전자 외 DNA 복구 결함과 관련된 돌연변이를 분석하지 않은 점도 함께 지적됐다. BRCA 변이는 없었지만 다른 복구 관련 변이가 있어 PARP 억제제가 효과를 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신약 개발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항암제를 개발하는 신약벤처 셀러스의 김성근 대표는 “해당 질환에서 각각의 효능을 보이던 2가지 약 A와 B를 함께 사용해 시너지(상승) 효과를 확인한 게 아니라, 효능이 없거나 부족했던 약 2개를 함께 사용했더니 새로운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제약사가 확인한 임상 결과가 통계적 오류가 아니라면 이번 병용요법을 하나의 ‘신약’으로 보고 작용기전(MOA) 등을 새롭게 밝혀 FDA에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PD-(L)1과 PARP억제제 병용요법은 실패했는데, 임핀지와 린파자 병용이 성공한 이유 등이 명쾌히 설명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린파자는 현재 BRCA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들의 유지요법으로만 쓰이고 있으며 BRCA 변이가 있는 비율은 26% 이하다. 이번 임상 결과에 힘입어 린파자의 적응증이 확대된다면 시장경쟁력 또한 커질 수 있다. 린파자의 지난해 매출은 26억3800만달러(약 3조4742억원)였다.
항암신약개발기업 에임드바이오의 허남구 대표는 “지난해 자발적인 적응증 축소 이후 PARP 진영이 위축된 상황에서 BRCA 변이와 같은 바이오마커와 관계없이 장기적인 효능을 낼 수 있다는 걸 입증하면 업계에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가 추후 발표할 OS 등 장기적인 데이터가 결국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일동제약의 신약개발 자회사 아이디언스가 BRCA 변이가 있는 고형암을 대상으로 PARP억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10일 17시 51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