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의 보수는 근로자의 임금과 다르다? [전용원 변호사의 친절한 기업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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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등기이사)들이 받는 고액 연봉은 수많은 직장인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임원들의 연봉과 성과급 같은 보수의 지급 절차는 보통 직장인들이 받는 임금과 법적 성격이나 필요한 사항들이 일치하는 건 아닙니다.
일반적인 직장인, 그러니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일하고 받은 월급 내지는 연봉을 근로자가 회사에 도로 내놓아야 하는 경우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회사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 그중에서도 통상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대표이사는 받았던 보수를 회사에 도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분쟁이 생겨 대법원까지 올라갔던 한 대기업 사례를 한 번 보겠습니다.
어느 날 B사가 4년간 총 260억원이라는 거액의 보수를 받아 간 전직 대표이사 A씨에게 그중 180억원을 도로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소송에선 복잡한 쟁점들이 많았지만, 이 글에서 대표이사의 보수 지급에 관한 주주총회 승인이라는 이사 보수 지급 절차 관련 쟁점 위주로 사건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씨는 B사의 대표이사로 2007년까지 꽤 오랜 기간 연간 20억원 정도의 보수를 받다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급격하게 증가한 보수를 받아갔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평균 60억원이 넘는 총 260억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회사는 뒤늦게 해당 기간의 적정 보수인 80억원(20억원씩 4년)을 초과한 180억원은 부당이득이므로 회사에 도로 내놓으라고 소를 제기했습니다. B사 나름의 절차를 거쳐서 대표이사에 대한 보수를 지급했을 텐데, B사의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B사의 최대주주가 2012년 바뀌었고, 새로운 최대주주가 구성한 경영진은 전임 대표이사를 상대로 2013년 봄에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새로운 최대주주와 경영진은 A씨에게 지급한 보수의 절차적 실체적 문제점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정당한 보수를 적법한 절차로 지급받았던 것이니 돌려줄 것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B사가 보수 중 과도한 부분을 도로 내놓으라는 핵심적 근거는 “대표이사 보수 내용에 대한 주주총회의 구체적 승인 결의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상법에서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사의 보수는 단순하게 회사가 이사 개인과 계약했다고 해서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①회사의 정관에 금액이 규정되거나 ②주주총회의 보수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적법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상법에서 직접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B사도 대기업인 만큼 관련된 주주총회 결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 동안 주주총회에서 이사 전원에 대한 보수총액에 대한 상한선은 결의돼 있었습니다. B사의 입장은 대표이사의 연봉 금액에 대한 구체적 결의가 주주총회 또는 (주주총회의 위임을 받은) 이사회에서 상정되거나 가결되지 않았으므로 이미 지급된 보수 중 관행적으로 받아오던 부분을 초과한 부분을 도로 내놓으라고 한 것입니다. A씨는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자신이 받은 연봉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 동안 당시의 최대주주에게 보고됐고, 최대주주의 승인 아래 진행됐다”며 “뿐만 아니라 최대주주와 그 우호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비율이 주주총회의 승인 결의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초과하므로, 비록 구체적 결의는 없었다 하더라도 상정됐다면 승인을 받았을 것이므로 사실상 주주총회의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급심에서는 판단이 엇갈렸지만, 대법원은 B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A씨는 보수 상당 부분을 반환해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사 보수 결정과 관련한 주주총회는 실제로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의결이 있어야 하고, 주주의 구성상 주주총회의 의결이 가능하다고 해 사실상 주주총회 의결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해 줄 수 없다”며 보수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이사의 보수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에 대해서 회사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처리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보수에 대해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결의 내용은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위 사례뿐 아니라 대표이사와 회사(또는 회사의 최대주주) 사이에 사후적으로 분쟁이 생겨서 지급한 보수를 반환하거나 약속된 보수를 줄 수 없다는 내용의 소송들이 의외로 꽤 있습니다.
과거의 주주총회 결의 등 보수 지급 요건이 문제가 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의 주주총회 의사록과 정관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회사는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명확하게 결의하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사의 입장에서도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전용원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
넷마블 법무팀장(2018~2019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2008~2018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 Master of Laws (LL.M., 법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
일반적인 직장인, 그러니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일하고 받은 월급 내지는 연봉을 근로자가 회사에 도로 내놓아야 하는 경우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회사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 그중에서도 통상 가장 많은 보수를 받는 대표이사는 받았던 보수를 회사에 도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분쟁이 생겨 대법원까지 올라갔던 한 대기업 사례를 한 번 보겠습니다.
어느 날 B사가 4년간 총 260억원이라는 거액의 보수를 받아 간 전직 대표이사 A씨에게 그중 180억원을 도로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제 소송에선 복잡한 쟁점들이 많았지만, 이 글에서 대표이사의 보수 지급에 관한 주주총회 승인이라는 이사 보수 지급 절차 관련 쟁점 위주로 사건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씨는 B사의 대표이사로 2007년까지 꽤 오랜 기간 연간 20억원 정도의 보수를 받다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급격하게 증가한 보수를 받아갔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평균 60억원이 넘는 총 260억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회사는 뒤늦게 해당 기간의 적정 보수인 80억원(20억원씩 4년)을 초과한 180억원은 부당이득이므로 회사에 도로 내놓으라고 소를 제기했습니다. B사 나름의 절차를 거쳐서 대표이사에 대한 보수를 지급했을 텐데, B사의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B사의 최대주주가 2012년 바뀌었고, 새로운 최대주주가 구성한 경영진은 전임 대표이사를 상대로 2013년 봄에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새로운 최대주주와 경영진은 A씨에게 지급한 보수의 절차적 실체적 문제점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A씨는 ‘정당한 보수를 적법한 절차로 지급받았던 것이니 돌려줄 것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B사가 보수 중 과도한 부분을 도로 내놓으라는 핵심적 근거는 “대표이사 보수 내용에 대한 주주총회의 구체적 승인 결의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상법에서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사의 보수는 단순하게 회사가 이사 개인과 계약했다고 해서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①회사의 정관에 금액이 규정되거나 ②주주총회의 보수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적법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상법에서 직접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B사도 대기업인 만큼 관련된 주주총회 결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 동안 주주총회에서 이사 전원에 대한 보수총액에 대한 상한선은 결의돼 있었습니다. B사의 입장은 대표이사의 연봉 금액에 대한 구체적 결의가 주주총회 또는 (주주총회의 위임을 받은) 이사회에서 상정되거나 가결되지 않았으므로 이미 지급된 보수 중 관행적으로 받아오던 부분을 초과한 부분을 도로 내놓으라고 한 것입니다. A씨는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자신이 받은 연봉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 동안 당시의 최대주주에게 보고됐고, 최대주주의 승인 아래 진행됐다”며 “뿐만 아니라 최대주주와 그 우호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의 비율이 주주총회의 승인 결의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초과하므로, 비록 구체적 결의는 없었다 하더라도 상정됐다면 승인을 받았을 것이므로 사실상 주주총회의 승인이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급심에서는 판단이 엇갈렸지만, 대법원은 B사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A씨는 보수 상당 부분을 반환해야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사 보수 결정과 관련한 주주총회는 실제로 구체적 내용에 대한 의결이 있어야 하고, 주주의 구성상 주주총회의 의결이 가능하다고 해 사실상 주주총회 의결이 있었던 것으로 인정해 줄 수 없다”며 보수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이사의 보수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에 대해서 회사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처리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보수에 대해 정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결의 내용은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위 사례뿐 아니라 대표이사와 회사(또는 회사의 최대주주) 사이에 사후적으로 분쟁이 생겨서 지급한 보수를 반환하거나 약속된 보수를 줄 수 없다는 내용의 소송들이 의외로 꽤 있습니다.
과거의 주주총회 결의 등 보수 지급 요건이 문제가 돼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회사의 주주총회 의사록과 정관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회사는 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명확하게 결의하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사의 입장에서도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전용원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
넷마블 법무팀장(2018~2019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2008~2018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 Master of Laws (LL.M., 법학석사)
사법연수원 37기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