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탐구

마이크로바이옴 활용 암·자폐 등 치료제 개발 중
성공 기업 없는 ‘무주공산’이지만…성패 여부도 ‘미지의 영역’
새로운 치료 분야 R&D 도전에 상업화 추진까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년 넘게 내리막을 타던 헬스케어 섹터가 지난주엔 모처럼 상승했습니다. 섹터 안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 테마가 뜨거웠죠. 좌초할 위기에 처했던 정부 육성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을 개발 중인 종목들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오늘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마이크로바이옴 테마주 중 신약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 있는 지놈앤컴퍼니를 중심으로 이아기해보죠.

지놈앤컴퍼니는 2만4600원으로 지난 7일 거래를 마쳤습니다. 한 주 동안 24.49% 상승했죠. 월요일인 4일부터 급등세가 나타났는데, 같은날 한국바이오협회가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본사에서 개최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통해 정부가 4000억원 규모의 ‘인체 질환 극복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개발 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입니다.

앞서 정부는 작년에 1조원 규모의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원 사업 범위가 넓어 예산 지원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예비타당성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습니다. 이에 지원 대상을 인체 질환이라는 분야로 특정해 다시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정부의 의지가 확인된 데 따른 수혜 기대감이 지놈앤컴퍼니를 포함한 관련 기업들의 주가를 밀어 올린 거죠.
[마켓PRO] 마이크로바이옴 대장주 지놈앤컴퍼니, 주가 왜 급등하나

유산균 먹고 암·자폐 치료?…이미 임상시험 진행 중

우선 마이크로바이옴이 뭔지부터 알아보죠. ‘체내 미생물 생태계(세균총)’를 뜻합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미생물의 종류는 수억 개, 개체 수는 수십조 개에 이른하고 합니다. 단어가 많이 어려웠는데,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인 프로바이오틱스나 요구르트가 미생물 생태계 속에서 인체에 유익한 미생물을 보충해주는 상품들입니다. 반대로 인체에 해를 가하는 유해균들도 세균총을 함께 구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 세균들이 먹은 뒤 배설하는 ‘대사산물’입니다. 소화기관을 통해 체내로 흡수되죠. 실질적으로 인체에 투입되는 물질인 만큼 영향을 주는 분야가 뇌, 면역체계 등 인체 전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놈앤컴퍼니가 개발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 GEN-001의 콘셉트도 면역항암제를 도와 암 치료 효과를 높인다는 겁니다.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활성을 막아 스스로를 보호하는 경로를 억제해 인체 자체의 면역력으로 암을 치료하는 개념인 면역항암제(관문억제제)는 약효가 나타나기만 하면 획기적인 암 치료 효능을 보이지만, 반응률이 30%가량에 불과하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면역체계가 잘 작동할 환경을 만들어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높이는 게 GEN-001에 기대되는 역할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GEN-001에 대한 임상시험은 위암을 대상으로 독일 머크의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아벨루맙)과 병용하는 요법의 효능·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2상, 담도암을 대상으로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를 병용하는 임상 2상 등입니다. 바벤시오와 병용하는 위암 대상 임상 2상은 올해 상반기 중간 결과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또 지놈앤컴퍼니의 미국 자회사 사이오토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자폐 치료 신약 후보 SB-121을 개발 중입니다. 산모의 모유에 들어 있는 락토바실러스루테리 균주를 활용해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유도하는 메커니즘(기전)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임상 1상 결과가 유명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무주공산’ 마이크로바이옴 분야…“그만큼 어렵다”

이번에 마이크로바이옴 테마에 주식시장이 들썩인 배경 중에는 국내 헬스케어기업이 특정 바이오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이미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 한 개가 작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습니다. 스위스 페링파마슈티컬이 개발한 클로스트리디움디피실(CD) 장염 치료제 ‘레비요타’가 그것입니다. 또 같은 적응증(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의 진단)으로 미국 세레스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승인 허가를 기다리고 있죠.

두 약물이 치료하는 CD장염 치료라는 효익이 주식시장이 마이크로바이옴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기대하는 수준에 이르는지는 미지수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각광을 받은 배경은 장 속 미생물 생태계가 만들어낸 물질이 장에서 멀리 떨어진 뇌나 면역체계 등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콘셉트잖아요. 하지만 레비요타와 세레스테라퓨틱스의 신약후보가 치료하는 장기는 마이크로바이옴과 붙어 있는 장입니다. 주식시장이 기대하는, 만병통치약 같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아직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무주공산이라는 거죠.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직까지 완치 방법이 없어 성공하기만 하면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자폐 등의 치료가 기대되는데, 아직까지 다국적제약사들이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겁니다. 다국적제약사들이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뛰어든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생태계’이기 때문입니다. 수십억 개 종류의 수십조 개 개체가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을 통제하는 게 쉽지는 않겠죠. 천연물 신약 개발이 어려운 이유와도 비슷합니다. 연구자 출신의 한 제약사 대표는 “의약품을 개발하려면 해당 약물이 몸 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메커니즘을 전부 밝혀야 하는데, 천연물은 그게 어렵다”고 말합니다.
[마켓PRO] 마이크로바이옴 대장주 지놈앤컴퍼니, 주가 왜 급등하나
실제 마이크로바이옴 분야가 유용하다고 홍보할 때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대변이식술이 등장한 배경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미지성을 잘 나타내줍니다. 마침 대변이식술을 활용해 치료하는 질병도 CD장염입니다. CD장염은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유해균인 클로스트리디움균이 세균총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면서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건강한 사람은 기존 치료법으로도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회복되지만, 노인들의 경우 회복되지 않기도 합니다. 이때 건강한 사람의 대변, 즉 건강한 사람의 장 내 생태계를 그대로 환자의 장 속으로 옮긴다는 개념의 치료법이 대변이식술입니다. 망가진 생태계를 통제해 복원하는 게 어려우니 새로운 생태계를 갖다 놓는다는 겁니다. 대변 공여자의 체질이 수여자에게 옮겨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통제하는 방향에 있어서도 의견이 갈려 있습니다. 원하는 효능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종의 유익균을 많이 투약하자는 방향의 연구와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더 많이 고려하는 신중한 연구가 각각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놈앤컴퍼니는 전자 쪽입니다.

새로운 표적 개발에 생산 역량 확보…종합제약사로 도약할까

다행인 건 지놈앤컴퍼니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만 ‘올인’하고 있지는 않다는 겁니다. 다국적제약사의 면역항암제와 병용하는 GEN-001과 별도로 자체적으로 찾아낸 면역관문 표적을 억제하는 GENA-104를 개발 중입니다.

작년 9월에는 미국의 마이크로바이옴 위탁 개발·생산(CDMO)기업 리스트랩을 인수하기도 했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리스트랩 인수에 더해 컨슈머 사업까지 키우면서 2021년엔 4억5000만원에 불과하던 지놈앤컴퍼니의 연간 매출 규모가 작년에는 141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도 361억원에서 575억원으로 커졌고요.

GENA-104 개발, 리스트랩 인수를 통한 CDMO 사업 진출, 컨슈머 사업 확장은 지놈앤컴퍼니가 종합 제약·바이오 기업(FIPCO)으로 도약하기 위해 맞춰온 퍼즐입니다. 정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발 측면에서 다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점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등 (FIPCO가 되기 위한) 역량이 충분하고, 생산 관련해서도 리스트랩 인수 및 자회사 신규 설립으로 상업화 역량을 확보 중”이라며 “임상 중인 파이프라인들에 대한 유효성을 증명하면 FIPCO로 레벨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