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활성화를 목표로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10년 새 2만3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우후죽순’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곳 중 7곳은 자산과 매출이 각각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좀비 협동조합’을 양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새 확 늘어난 '좀비 협동조합'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적용될 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기본계획을 보면 2012년 50개였던 전국 협동조합은 지난해 말 2만3939개로 늘었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한 수준으로 설립 후 성장이 미흡하다는 것이 기재부 판단이다.

2020년 기준 자산이 1억원 이하인 조합은 71.8%에 달했다. 연매출 목표가 1억원 이하인 조합은 66.8%에 이르렀다. 조합원 수가 10명 이하인 협동조합도 59.5%였다.

2012년 12월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은 3억원 이상이던 출자금 제한을 없애고, 200명 이상이던 설립 동의자를 5명으로 줄였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동조합 사업에 적극 협조하고, 필요한 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이후 경제민주화와 사회적 경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협동조합은 급속도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관련 지원이 계속됐다.

문제는 관련법이 제정된 후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좀비 협동조합이 양산됐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 협동조합은 500원의 출자금으로 인가를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을 받는 사회적협동조합 중 62.5%가 불성실 공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동조합은 일반 협동조합과 비영리로 운영되고 배당이 금지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나뉜다. 2021년 기준 경영공시 대상 2651개 조합 중 제대로 공시한 곳은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10.7%는 공시를 하지 않았고, 51.8%는 부실공시였다.

기재부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4차 협동조합 기본계획에 처음으로 ‘투명성 제고’를 중점 목표로 포함했다. 작년 말엔 사회적경제과와 협동조합과를 통합하고, 이름도 지속가능경제과로 변경했다. 협동조합 주무부처인 기재부가 지난 10년간의 정책 실패를 시인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