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1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감산을 발표하자 증권가에서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하반기 업황 개선과 함께 그동안 쌓여왔던 재고가 줄면서 반도체 부문 실적이 반등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흑자 유지보다 감산 결정이 더 반갑다' 제목의 기업보고서를 통해 "가파른 주가 상승이 기대될 만큼의 업황 개선은 아니지만 감산 결정으로 디램(DRAM) 가격의 낙폭이 줄어드는 것도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9만원으로 올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 1분기 연결 매출액이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시한 매출액(64조2012억원)과 영업이익(1조1억원)을 각각 1.87%, 40.00% 밑도는 '어닝쇼크'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겪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분기 영업이익으로만 놓고 보면 LG에너지솔루션(6332억원)보다 못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이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감산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며 생산량을 유지한 것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한 것도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주가는 되려 올랐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일이었던 지난 7일 전 거래일보다 2700원(4.33%) 오른 6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6만5000원을 회복한 것은 2022년 6월9일(종가 기준 6만5200원)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쓸어담았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8811억6282만원어치 사들였다. 일일 매수 규모로는 지난해 3월24일(9525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김 연구원은 "투자 센티멘트(정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공급과잉 국면이 이전 전망보다 빨리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디램 가격 하락이 올 2분기부터 낙폭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올 하반기에 공급량 조정은 수급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