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학원가 인근에서 마약이 들어간 음료수를 건네는 용의자들. /사진=연합뉴스
강남의 학원가 인근에서 마약이 들어간 음료수를 건네는 용의자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를 뒤흔든 마약 음료 사건의 배후에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중국 공안당국에 공조 수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학원가에서 유통된 마약 음료가 담긴 빈 병이 중국에서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음료를 마신 학생의 학부모에게 걸려온 협박 전화 발신지도 중국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 마약 제조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A씨를 추적하고 있다. 출입국 기록 확인 결과 A씨의 행선지도 중국으로 나타났다.

앞서 3일 오후 서울 대치동 학원가와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필로폰 성분이 든 음료수가 학생들에게 배포됐다. 2명씩 짝을 이룬 20대 여성 등 일당은 시음행사를 한다며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를 마시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는 최소 7명으로 학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준 전달책 4명은 체포되거나 자수했다. 지난 7일 마약 음료 제조책과 중계기 운영책 2명도 체포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9일 신청될 예정이다. 피해자는 학생 6명과 학부모 2명 등 8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경찰은 중국 총책이 마약 음료 제조책과 중계기 운영책에게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국 총책 일당 중 일부가 특정됐는데,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경찰은 이번 사건이 '신종 피싱'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마약범죄수사대뿐 아니라 금융범죄수사대까지 수사에 투입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검찰 수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경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 유통과 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미래세대를 포함해 사회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중국과의 수사 공조를 위해 일당을 특정해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할 예정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