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동상에 낙서…프랑스 대문호, 발자크 [이 아침의 소설가]
“이 사람이 칼로 이룬 걸 나는 펜으로 이루겠다.” 청년 시절 오노레 드 발자크(1799~1850)는 나폴레옹 동상에 이런 낙서를 남겼다고 한다.

이 야심 많은 젊은 작가는 훗날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가 된다. 그는 나폴레옹이 물러난 뒤 혼란스러웠던 19세기 초중반 프랑스의 구체적인 모습을 여러 작품에 담았다. 대표작 <인간희극>은 당시 부르주아들의 삶과 행동양식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고리오 영감> <외제니 그랑데> <골짜기의 백합> 등 90여 편의 소설, 에세이와 희극을 모은 총서다. 이 작품은 후대 역사학자들이 당시의 생활양식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참고서가 되고 있다. <인간희극>은 ‘인물 재등장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 2000여 명은 다른 작품에 다시 나온다. 영화 ‘스파이더맨’에 아이언맨이 나오는 ‘마블 유니버스(세계)’처럼 ‘발자크 유니버스’를 만든 셈이다.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여러 사업에 실패하면서 빚쟁이들한테 쫓기는 신세가 됐다. 돈을 갚기 위해 하루에 커피를 50잔씩 마시며 글을 썼다. 평생을 ‘글 쓰는 노동자’로 살아온 그가 저술한 <빚 갚는 기술>이 최근 한국어로 나왔다. 경제 문제가 만연했던 200년 전 프랑스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책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