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타본 정기운항 노선…한강·아라뱃길 매력 '의문'
서울시 "육상관광 연계로 크루즈 활성화…수익성 충분"
유람선 타고 여의도 내려 서울 관광…서해뱃길 성공할까
"여의도에 선착장이 생기고 한강이 서해와 연결되면 연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크루즈로 서울을 찾게 될 겁니다.

"
지난 6일 서해뱃길 운항 노선 체험행사에서 만난 김진만 현대해양레져 대표의 목소리는 들뜬 듯했다.

유람선 관광업 분야에서만 32년 경력이라는 김 대표는 "10년을 노력해 한강에 입성하게 됐다"며 "세계 어떤 강보다도 길고 사람도 많고 환경도 좋은 한강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가 언론을 상대로 마련한 이날 행사는 내년 여의도 선착장 완공과 동시에 정기 운항할 예정인 한강∼경인아라뱃길 노선을 미리 체험해보는 자리다.

여의도 선착장은 1천t급 여객선 등이 정박할 수 있는 규모로 내년까지 조성된다.

시는 내년 2월부터 선착장 조성 민간사업자인 현대해양레져와 협력해 한강∼아라뱃길 정기 운항 노선을 연간 150회 운영할 계획이다.

이 노선은 2012∼2014년 2년간 운항하다 환경피해 우려 등으로 중단됐다.

이후 시는 서울항 조성 계획 발표에 맞춰 작년 10∼12월 현대해양레져와 협력해 1천t급 유람선으로 이 노선에서 시범 운항을 했다.

또 현대해양레져는 지난달부터 아라김포여객터미널을 거점으로 한강 운항 노선을 자체로 운영한다.

유람선 타고 여의도 내려 서울 관광…서해뱃길 성공할까
이호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수상사업부장은 "유람선 내에서 선상 공연 등 볼거리를 즐기고 여의도에서 내려 주변 명소를 돌아보고 여러 체험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인 관광 상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해양레져는 내년에 2척으로 시작해 운항 선박을 5년 내로 5척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진만 대표는 "탑승객은 운항 첫 해 80만명, 둘째 해 120만명 등으로 차례로 증가해 5년 내 연간 200만명 이상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수익성과 사업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다만 이날 체험행사는 운항 노선의 사업성을 예측해보기엔 한계가 있었다.

취재진이 탄 배는 1천t급 유람선이 아니라 공공 행사 목적으로 대여한 194t짜리 소형 관공선이었던 탓이다.

유람선에서 진행되는 각종 관광 프로그램이 없었기에 선실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거나 갑판에 올라 보는 것이 배 위에서 할 수 있는 관광 체험의 전부였다.

공교롭게 이날 비가 내리고 미세먼지도 심해 유람선 관광엔 여건도 좋지 않았다.

여의도 관공선 선착장에서 출발해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서 잠시 내렸다가 다시 여의도로 돌아오는 4시간여 동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강 갑문이 열리는 순간과 아라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경치 정도였다.

갑문은 선박이 이용하는 대형 엘리베이터로, 물 높이가 다른 아라뱃길과 한강의 수위를 조절해 선박이 안전하게 통과하도록 돕는다.

통상 갑문을 통과하기까지 15분이 소요되며, 진귀한 볼거리로 꼽힌다고 한다.

유람선 타고 여의도 내려 서울 관광…서해뱃길 성공할까
선상에서의 즐길거리에 여의도를 중심으로 서울 관광이 더해지더라도 서해뱃길을 통해 서울시가 목표로 하는 수준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려면 한강뿐 아니라 아라뱃길 주변의 재정비가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라뱃길이 당초 물류·운송 기능 위주로 개발된 터라 관광이 중심인 한강의 뱃길 운항과는 다소 어긋나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개통 시기인 2012년 5월부터 작년까지 아라뱃길로 서해 등지를 오간 여객 수는 약 95만명으로 사업 계획 585만5천명의 16%에 그쳤다.

현재 환경부는 아라뱃길 기능 재정립을 위한 용역을 맡겼다.

수자원공사도 아라뱃길의 여가·친수 공간 기능 강화를 추진 중이다.

주용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아라뱃길은 한강이 열리지 않아 당초 예상보다 이용이 저조한 측면이 있었다"며 "여의도에 대형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이 생기면 서울 관광뿐 아니라 아라뱃길 활성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서울항 조성과 함께 서해뱃길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면 수익성 확보와 밤섬 등 생태계 훼손을 우려해 유람선 운항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설득도 중요한 과제다.

이호진 부장은 "양화대교 경간 확대, 구 행주대교 일부 철거 등 서울항 관련 많은 기반시설이 이미 조성된 상태에서 사업을 다시 추진하는 만큼 과거보다 경제적·재무적 타당성도 훨씬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환경영향평가를 객관적으로 시행해 한강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따지고, 자연성을 보존하면서 부가가치를 새롭게 창출할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유람선 타고 여의도 내려 서울 관광…서해뱃길 성공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