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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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캠 피싱' 피해자가 가해자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각종 범죄의 공범이 됐다가 징역형을 받게 됐다.

9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형사8단독(김범준 판사)은 사기·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4)에게 징역 2년6개월, B씨(25)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아 전달하는 수거책으로 일했다.

2021년 12월과 2022년 1월 "저리로 대출해준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2명에게 1400만원을 받아냈고, 은행 직원 역할을 한 B씨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돈을 A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A씨는 이 돈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보내지 않았다.

2021년 7월에는 경기 의정부 다세대주택을 B씨 이름으로 전세 계약한 뒤 은행에서 약 1억원의 전세자금을 빌린 뒤 계약을 취소하고 대출금을 챙겼다.

A씨는 또 페이스북으로 접촉한 대포폰 업자에게 B씨 신상정보를 넘겨 대포폰 17대를 개통해 그 대가를 받아챙겼다. 2022년 1월에는 B씨의 계좌, 네이버 ID 등 개인정보를 이용해 중고 거래 사이트에 허위 글을 올려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으로 약 143만원을 가로챘다.

이처럼 A씨가 주도한 범죄에 B씨가 '도구'처럼 이용됐던 것은 B씨가 몸캠 피싱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B씨는 자신의 신체 촬영물을 가진 A씨의 범행 가담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응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알면서도 수거 금액을 빼돌리기 위해 조직적, 계획적 범행에 가담하고 몸캠 피싱으로 B씨를 유인해 사기 범행에 가담하게 한 뒤 범행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실형을 선고했다.

B씨에 대해서는 "A씨에게 몸캠 피싱을 당한 뒤 채무를 갚으려고 범행에 가담했고 범죄수익 대부분을 A씨가 챙긴 데다 B씨 몫도 몸캠 피싱으로 떠안게 된 빚을 갚는 데 썼다"며 정상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