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채용공고를 낼 때 급여 수준 및 업무 내용 등을 구직자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구직자가 받을 임금도 모르고 취업하는 이른바 ‘깜깜이 입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제안 2차 정책화 과제’ 15건을 9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1차 정책화 과제(17건)에 이은 것이다. 2차 정책화 과제는 작년 4분기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제안 1만5704건을 대상으로 관계부처 검토 및 협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심사위원회 논의를 거쳐 선정됐다.

임금 수준은 구직자가 기업 입사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정보 중 하나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은 채용공고를 내면서 예상 임금 수준에 대해 ‘회사 내규에 따름’ 혹은 ‘협의 후 결정’ 등으로 불명확하게 기재해 구직자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임금과 업무 내용 등 근로 조건과 관련한 정보를 더욱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6월까지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채용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기업에는 이와 관련된 컨설팅을 제공할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직자들이 기업의 임금 수준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우선 마련하고, 자율 공개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계에서는 민간기업의 채용 과정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좋지 못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기업 관계자는 “임금 수준은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한 기업 기밀인데 이를 공개하라는 건 정부가 민간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처사와 다를 바 없다”며 “기업별·직무별 초봉 등 임금 정보가 공개되면 ‘노사(勞使)’는 물론 ‘노노(勞勞)’ 간에도 임금 격차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취업 기피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2018년 6월 “기업 채용공고에 임금 조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며 고용노동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당시 고용부는 경제계의 우려를 감안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가 임대료·보증금 인상률이 최대 연 5%로 묶인 가운데 건물주가 관리비를 대폭 올리는 ‘관리비 꼼수’를 차단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