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기계였던 로봇의 진화…챗GPT 성공으로 '가속' 기대
‘로봇’이라는 이름은 약 100년 전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의 희곡에서 처음 등장했다. 강제노동이나 일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에서 유래한 지능형 기계의 이름이다. 지능형 기계에 대한 꿈은 꽤 오래전에 존재했다. 그리스 신화에는 청동 거인 ‘탈로스’가 있고, 중세에도 ‘오토마타(automata)’라 부르는 자동기계가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인간의 오랜 꿈인 로봇의 최종 목적지는 100% 자율 로봇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려면 인간과 비슷한 능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구현하기 위해 요소마다 첨단기술이 개발돼야 하고, 이 기술들이 모여 로보틱스의 거대한 밸류체인이 된다.

로봇의 구성은 크게 인지·판단·제어·동작의 4단계를 거친다. 인지기술은 사람의 오감에 해당한다. 센서 기술이 로봇의 오감을 만들고 있다. 판단에서 제어로 넘어가는 과정은 인간의 두뇌에 해당한다. 인간의 뇌처럼 가장 복잡한 영역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는 물론이고 빠르게 연산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고도의 반도체 기술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제어부터 동작의 단계는 서보(Servo) 모터나 감속기 기술 등으로 구현된다. 인간의 관절과 근육의 역할을 기계적으로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100% 자율 로봇이 나오려면 이 모든 기술이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발전해야 한다. 한 부분이라도 부족하면 극도로 정교한 인간을 대체하기 쉽지 않다.

요소 기술들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변화하면서 배터리 기술과 로봇의 시각을 담당하는 머신비전 기술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자율로봇의 마지막 구멍은 바로 ‘두뇌’다. 인지에서 판단까지 하는 이 두뇌의 역할은 AI 기술과 직결된다. 로봇의 최대 약점인 두뇌는 최근 들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챗GPT의 성공으로 많은 빅테크 기업은 AI 인프라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구글은 AI 반도체인 TPU(텐서프로세싱유닛) 4000개 이상으로 AI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했고, 엔비디아 역시 이전 세대보다 4배 이상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AI 반도체 H100을 공개했다.

더 빠르고 더 적은 전력을 소모하는 AI 인프라와 정교한 신경망이 결합하면서 로봇의 두뇌는 점점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클라우드 기술과 통신 기술이 결합하면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실시간 처리할 수 있도록 바뀔 수도 있다. 마치 사람과 비슷한 모습이다.

기업들의 로봇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협동 로봇 등을 개발하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59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자동차도 2021년 4족 보행 로봇 등을 개발한 미국 로봇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바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혁신도 지속 중이다.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베어로보틱스, 브이디컴퍼니, XYZ와 같은 회사들이 지속적인 투자 유치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뉴로메카(협동로봇)와 에스비비테크(감속기)도 증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 시가총액은 크게 줄었지만, 로봇 관련 산업 시가총액 합계가 23% 늘어난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이런 서비스 로봇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올해 533억달러(약 70조원)에서 2026년 1033억달러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용 로봇의 주축을 이루는 협동 로봇 역시 2025년에 50억달러(약 7조원) 시장으로 연평균 43.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호 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