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계획대로 되진 않는다"…한 실리콘밸리 창업자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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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창업할 때 장밋빛 미래를 그립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를 추진할 기술과 능력, 이를 실현할 투자금이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믿게 되죠. 하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지난 9일(현지시간) 한 스타트업의 창업과 실패기를 소개했습니다. 3년 전 ‘셸프라이프(ShelfLife)’를 창업한 후 최근 폐업한 릴리안 카트라이트의 이야기입니다.하버드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카트라이트는 음료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주목해 창업을 결심했다. 주스 농축액, 구연산, 캔, 라벨 등 원료 제조사와 기업을 연결해주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식품업체가 원료 제조사를 찾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제조사 입장에선 안정적 공급처를 찾아주는 역할이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화, 팩스, 이메일, 송장 등의 수요를 디지털로 대체해준다. 거래처 물색부터 대금결제까지 모든 것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거래금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것이 수익구조다. 카트라이트는 이 아이디어가 업계의 개방성, 투명성, 신뢰성, 효율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해 2020년 회사를 창업했다. 분위기는 좋았다. 초창기 30만달러를 모금한 그는 기술 파트너를 찾았고 플랫폼 만들었다. 이듬해에 270만달러를 더 유치했다. 50개 원재료 공급업체를 찾았고 초콜릿 귀리 등 1만여개의 원료 리스트를 확보했다. 3명의 엔지니어, 3명의 사업부 직원. 4명의 계약직원을 고용했다. 회사는 10명 규모로 커졌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우리는 많은 제품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시장 목록에서 결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아울렀죠. 많은 이들이 신제품을 검색하고 발견한 다음 견적 요청을 제출하고, 공급업체와 채팅하고, 관계를 발전시켰습니다. 모든 데이터가 우상향했습니다.” 카트라이트가 한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생각처럼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다. 원료 탐색부터 거래결제까지 원스톱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특히 결제 부문에서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기업들이 여전히 청구서 작성, 대금 회수 등을 위해 자사에서 활용하던 송장 처리방식 고수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오랜기간 유지해온 회계관행이 큰 장벽이 된 셈이다.
고착된 회사의 업무 흐름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에 금리인상으로 추가 투자자금도 말라버렸다. 수익 없이 비용만 발생하자 작년 여름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작년 10월부터는 직원을 해고했다. 카트라이트는 자신의 판단 중 한 가지 실수를 짚었다.
“각 기업은 프로세스, 신용 조건 등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구축했기 때문에 그들이 우리 시스템에 빨리 가입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만약 다시 돌아가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면, 저는 결제 측면에, 더 천천히 진행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카트라이트가 거래하는 업체들은 이미 수 세대에 걸쳐 이 사업을 해왔다. 이런 기업들의 판매와 결제 방식을 단기간에 대대적으로 변화시키려고 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수익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셸프라이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개월에서 24개월의 시간을 더 벌어야 했다. 하지만 높은 금리와 지갑을 열지 않는 VC 등 급랭한 환경 속에서 이에 필요한 투자금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몇 달 동안의 모금활동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결국 작년 10월부터 직원들을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회사를 매각하려고도 했지만 구원자는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공동설립자도 회사를 떠났고, 선택의 여지가 없자 올해 1월 그녀는 폐업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지난 2월 그녀는 회사를 정리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