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작전주로 전락한 '한국테크놀로지'…상폐 이의신청 언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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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신청 준비 중이라는데…이달 13일 마감
고의 상폐 우려도 제기, 신사업 시작도 못해
주주 1만2000여명 늘었지만, 주가 올리는 데만 급급
대주주 반대매매부터 상폐 사유까지…악재 현재 진행형
고의 상폐 우려도 제기, 신사업 시작도 못해
주주 1만2000여명 늘었지만, 주가 올리는 데만 급급
대주주 반대매매부터 상폐 사유까지…악재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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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 집중탐구 한국테크놀로지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 종목은 지난해 '리튬 신사업'을 미끼로 무려 2만8000여명에 달하는 개미(소액주주)들을 유혹했습니다. 불과 6개월 만에 소액주주 수가 두배 가까이 늘어났죠. 한국테크놀로지는 신사업과 함께 자금을 조달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신사업이 시작부터 삐걱대더니 대주주 반대매매, 상장폐지 사유까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시장에서 관심이 큰 리튬 신사업을 믿고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은 한국테크놀로지 경영진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한국테크놀로지의 신사업 과정을 살펴보면 작전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우려가 커집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테크놀로지가 이의신청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감사의견 거절은 해당 기업들이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구제되는 경우가 드물어 사실상 퇴출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죠. 최근 한국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도 작년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인의 의견 거절을 받는 등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죠.
한국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2월 한국장외주식시장(K-OTC) 상장사인 인동첨단소재와 함께 신수종 개발사업 등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죠. 이후 곧바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광산 개발·채굴업, 2차전지 소재 제고·판매업 등 신규 사업 목적을 추가했습니다. 당시 인동첨단소재는 볼리비아에서 130조원 규모의 리튬 조광권(광물을 채굴·취득할 수 있는 권리)을 취득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죠. 이들이 계획했던 구조는 단순합니다. 당시 한국테크놀로지는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합병이 완료되면 인동첨단소재가 한국테크놀로지를 인수(또는 지분 투자)하는 형태로 리튬 조광권 이슈를 코스닥시장으로 끌어오는 방안입니다. 리튬 채굴 테마가 시장에서 관심이 큰 만큼 한국테크놀로지 주가도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 거죠.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리튬에 대한 조광권 신고서 수리 등 인동첨단소재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한국테크놀로지 주가가 움직였죠.
이 과정에서 한국테크놀로지는 추가 대규모 자금조달이나 기존에 발행했던 CB의 주식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었습니다. 자금력이 부족했던 한국테크놀로지 입장에선 거절하긴 힘든 제안입니다. 작년 말 기준 한국테크놀로지의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종속기업이 포함된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4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1년 내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658억원에 달했습니다. 한국테크놀로지 개별 기준으로 재무 상황을 보면 더 심각합니다. 작년 말 보유 현금이 1억4000만원에 불과하죠. 연결 기준 흑자를 내던 영업이익도 작년부턴 약 144억원 적자로 돌아서게 됩니다. 별도로 보면 2019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2019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연결 실적으로 편입됨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죠. 계속해서 결손금이 발생하는 탓에 부분 잠식에도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외부 자금 수혈 없이 자체 영업만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죠.
결국 한국테크놀로지는 테마에 편승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실질적인 한국테크놀로지 주인인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은 검찰에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전에 볼리비아 리튬 사업과 관련해 관계자들과의 업무협약(MOU) 자료부터 사진까지 다 준비돼 있다는 말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700~800원대에 거래되던 한국테크놀로지 주가는 리튬 테마에 올라타며 단기간에 1300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악재가 연이어 쏟아지자 주가는 300원대로 추락하게 됩니다. 현재는 334원에 거래가 정지돼 있죠. 신사업을 추진한 지 석 달도 안 돼 사업보고서 감사인 의견 거절 등으로 상폐 위기까지 직면하게 됩니다. 또 대우조선해양건설 합병 철회, 유상증자 2건 철회, 전환사채 발행 3건 철회 등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함께 부과된 벌점이 12.5점에 달합니다. 1년간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는 경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테크놀로지의 경우 상폐 사유가 추가됩니다.
이번 한국테크놀로지 상폐 위기는 소액주주들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작전주의 전형적인 형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계기업에 테마 의존, 실체 없는 사업 등 과거 작전주로 불렸다가 시장에서 퇴출된 종목들과 유사점이 많다는 것.
신용구 대표는 한국테크놀로지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최대주주의 출자를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지난 5일 최대주주가 J사에서 송모씨로 변경됐다고 공시했죠. 하지만 변경 후 최대주주의 소유 비율은 0.41%에 불과합니다.
한국테크놀로지의 고의 상폐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고의 상폐는 이의신청이나 이의신청에 따른 개선기간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를 일부러 제출하지 않는 수법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이 회사를 고의로 상폐시키는 것입니다. 이 경우 횡령 등 내부 부정을 감추거나 상폐 후 자산 빼먹기를 할 가능성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종목 집중탐구 한국테크놀로지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 종목은 지난해 '리튬 신사업'을 미끼로 무려 2만8000여명에 달하는 개미(소액주주)들을 유혹했습니다. 불과 6개월 만에 소액주주 수가 두배 가까이 늘어났죠. 한국테크놀로지는 신사업과 함께 자금을 조달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신사업이 시작부터 삐걱대더니 대주주 반대매매, 상장폐지 사유까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시장에서 관심이 큰 리튬 신사업을 믿고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은 한국테크놀로지 경영진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한국테크놀로지의 신사업 과정을 살펴보면 작전주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우려가 커집니다.
상폐 위기 직면했지만…이의신청은 아직
한국테크놀로지가 상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우선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상폐 이의신청 여부와 관련해 한국테크놀로지 경영진 측에 물어본 결과, 현재 이의신청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신용구 한국테크놀로지 대표는 "기간 내 이의신청할 계획"이라며 "자구책을 마련해서 꼭 회사가 거래재개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테크놀로지의 이의신청 기간은 이달 13일까지입니다. 기간 내 이의신청하면 개선기간을 부여받게 됩니다. 다만 이 기간에는 매매가 정지 상태를 유지합니다.일부 전문가들은 한국테크놀로지가 이의신청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감사의견 거절은 해당 기업들이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구제되는 경우가 드물어 사실상 퇴출로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죠. 최근 한국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도 작년 사업보고서에서 감사인의 의견 거절을 받는 등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죠.
'3개월 천하'로 끝난 신사업
작년 말 기준 한국테크놀로지의 소액주주 수는 2만8215명에 달합니다. 같은 해 6월 말 1만6000여명이던 소액주주 수가 6개월 만에 1만2000여명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리튬 관련 신사업을 믿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것을 방증합니다.한국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2월 한국장외주식시장(K-OTC) 상장사인 인동첨단소재와 함께 신수종 개발사업 등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죠. 이후 곧바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광산 개발·채굴업, 2차전지 소재 제고·판매업 등 신규 사업 목적을 추가했습니다. 당시 인동첨단소재는 볼리비아에서 130조원 규모의 리튬 조광권(광물을 채굴·취득할 수 있는 권리)을 취득했다고 밝혔으나,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죠. 이들이 계획했던 구조는 단순합니다. 당시 한국테크놀로지는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합병이 완료되면 인동첨단소재가 한국테크놀로지를 인수(또는 지분 투자)하는 형태로 리튬 조광권 이슈를 코스닥시장으로 끌어오는 방안입니다. 리튬 채굴 테마가 시장에서 관심이 큰 만큼 한국테크놀로지 주가도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 거죠.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리튬에 대한 조광권 신고서 수리 등 인동첨단소재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한국테크놀로지 주가가 움직였죠.
이 과정에서 한국테크놀로지는 추가 대규모 자금조달이나 기존에 발행했던 CB의 주식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었습니다. 자금력이 부족했던 한국테크놀로지 입장에선 거절하긴 힘든 제안입니다. 작년 말 기준 한국테크놀로지의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종속기업이 포함된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4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1년 내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658억원에 달했습니다. 한국테크놀로지 개별 기준으로 재무 상황을 보면 더 심각합니다. 작년 말 보유 현금이 1억4000만원에 불과하죠. 연결 기준 흑자를 내던 영업이익도 작년부턴 약 144억원 적자로 돌아서게 됩니다. 별도로 보면 2019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2019년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연결 실적으로 편입됨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죠. 계속해서 결손금이 발생하는 탓에 부분 잠식에도 빠져있는 상태입니다. 외부 자금 수혈 없이 자체 영업만으로는 재무구조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죠.
결국 한국테크놀로지는 테마에 편승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실질적인 한국테크놀로지 주인인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은 검찰에 자본시장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기 전에 볼리비아 리튬 사업과 관련해 관계자들과의 업무협약(MOU) 자료부터 사진까지 다 준비돼 있다는 말을 자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고의 상폐 우려까지…전형적인 작전주 형태 지적도
문제는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회생 사태가 불거진 데 이어 볼리비아 정부가 리튬 채굴과 관련해 어떠한 외국기업과도 계약을 맺은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이들의 계획이 틀어집니다. 이후 대주주의 주가조작 의혹, 반대매매에 따른 최대주주 부재, 합병 철회, 자금조달 불발 등의 이슈까지 발생했죠.당시 700~800원대에 거래되던 한국테크놀로지 주가는 리튬 테마에 올라타며 단기간에 1300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악재가 연이어 쏟아지자 주가는 300원대로 추락하게 됩니다. 현재는 334원에 거래가 정지돼 있죠. 신사업을 추진한 지 석 달도 안 돼 사업보고서 감사인 의견 거절 등으로 상폐 위기까지 직면하게 됩니다. 또 대우조선해양건설 합병 철회, 유상증자 2건 철회, 전환사채 발행 3건 철회 등으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함께 부과된 벌점이 12.5점에 달합니다. 1년간 누계 벌점이 15점 이상이 되는 경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테크놀로지의 경우 상폐 사유가 추가됩니다.
이번 한국테크놀로지 상폐 위기는 소액주주들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작전주의 전형적인 형태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계기업에 테마 의존, 실체 없는 사업 등 과거 작전주로 불렸다가 시장에서 퇴출된 종목들과 유사점이 많다는 것.
신용구 대표는 한국테크놀로지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 최대주주의 출자를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한국테크놀로지는 지난 5일 최대주주가 J사에서 송모씨로 변경됐다고 공시했죠. 하지만 변경 후 최대주주의 소유 비율은 0.41%에 불과합니다.
한국테크놀로지의 고의 상폐를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고의 상폐는 이의신청이나 이의신청에 따른 개선기간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를 일부러 제출하지 않는 수법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이 회사를 고의로 상폐시키는 것입니다. 이 경우 횡령 등 내부 부정을 감추거나 상폐 후 자산 빼먹기를 할 가능성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