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객은 특별"…콧대 높던 샤넬, SSG닷컴에 '러브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에르메스 등 글로벌 명품기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영향력을 키운 아마존 등과 최근 수년간 치열한 ‘제판(제조·판매) 전쟁’을 벌여왔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의 ‘구매 경험’을 해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샤넬도 마찬가지다.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부문 회장은 “e커머스에는 화면 속에 평면으로 존재하는 제품만 있다”며 “우리가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은 수준의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e커머스 공룡’에 유통·가격 결정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10일 유통·명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유수의 패션 및 명품 브랜드들은 주요 e커머스 업체와 큰 갈등을 겪어왔다. 소송이 난무한 ‘나이키·아마존 전쟁’이 대표적이다. 나이키는 2019년 11월 아마존에 공급 거부를 선언한 뒤 자사몰을 통한 직접판매(D2C) 확대에 주력해왔다.

샤넬은 이번 SSG닷컴 입점을 통해 일종의 ‘절충 전략’을 택했다. SSG닷컴에서 시계를 구매해도 상품 수령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만 하도록 했다. e커머스 입점을 통해 매출 확대를 도모하면서도 고객에게 럭셔리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은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 고객은 특별"…콧대 높던 샤넬, SSG닷컴에 '러브콜'
샤넬이 세계 최초로 e커머스 판매를 허용한 국가로 한국을 점찍은 건 글로벌 명품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한국의 달라진 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소비액은 168억달러(약 22조원)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1인당 지출액으로 환산하면 325달러(약 43만원)로 미국(280달러) 중국(45달러)에 비해 훨씬 높았다.

초거대 시장이면서도 ‘짝퉁’ 유통의 우려가 상존하는 중국과 달리 믿을 수 있는 파트너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SSG닷컴은 지난해 7월 명품 전문관을 신설하고 고가 해외 브랜드 유치에 주력해왔다.

큰손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업계 최초로 명품 전담 상담센터를 운영했고,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도 도입했다. 쿠팡 등 다른 e커머스 기업과 달리 샤넬의 오프라인 중시 전략을 충족해줄 신세계백화점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유통업계에선 샤넬 시계 이후 SSG닷컴이 어떤 명품 브랜드를 추가로 유치할 것인지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SG닷컴은 이달 말 ‘샤넬 인터스텔라 캡슐 기획전’이 끝나도 이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판매하면서 판매 품목을 주얼리 등으로 확장하는 걸 샤넬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