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 발전을 주도해 온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올 들어 큰 폭으로 줄었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주요 기업의 투자가 미국으로 쏠렸고, 까다로워진 베트남 정부의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10일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외국인투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액은 4억7440만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16억680만달러)와 비교해 70.4% 급감했다. 투자 프로젝트도 작년보다 16.9% 줄어든 344건으로 집계됐다.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3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국가의 베트남 투자도 적지 않게 줄었다. 일본 기업은 올 1분기 베트남에 3억194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46.0% 감소한 수치다. 중국 싱가포르 홍콩도 각각 38.2%, 26.3%, 22.4%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분야인 제조업의 투자 위축이 두드러진다. 작년 1분기 53억달러에 달한 제조업 총투자액은 올해 1분기 39억7660만달러로 줄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가 급감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노동 허가와 소방시설 승인 등 베트남 당국의 각종 규제가 강화된 점이 투자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제조업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 것도 베트남에 악재가 됐다.

이 밖에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판매 물량 감소, 고금리로 인한 해외 투자자금 조달의 어려움 등도 투자 축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