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굣길에 아이들과 함께 들린 학부모·학생들, 꽃과 편지 전해
추모 위해 근조화환·조의금 모금 동참하는 지역주민들

"저 친구(배승아 양)한테 너무 미안해요.

그냥 미안해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못다핀 꽃, 지켜주지 못해 미안"…추모 발걸음 이어지는 스쿨존
이틀 전 스쿨존 인도로 달려든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배승아(9) 양의 사고 현장에는 10일 국화꽃과 젤리, 과자, 인형, 직접 쓴 편지 등 배양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흔적이 쌓여 있었다.

체육복 차림으로 하굣길에 사고 현장에 들린 탄방중 2학년생은 사고 현장에 쌓인 꽃을 보다가 친구 품에 안겨 연신 눈물을 흘렸다.

이 여학생은 "우리 학교 바로 앞에서 일어난 일이라 학교 끝나고 일부러 들려서 사탕을 놓고 갔다"면서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일 텐데 제대로 피어보지 못하고 져버린 이 친구와 부모님이 계속 생각나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펑펑 울었다.

배 양과 같은 반 친구였다는 한 문정초 학생은 실내화 주머니를 들고 하굣길 사고 현장을 찾았다가 끝끝내 참은 눈물을 터뜨리며 "금요일에 학교 끝나고 '집에 잘 가'라고 인사했던 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선생님부터 반 친구들 모두 슬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놓고 간 꽃들 사이에서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여 있던 편지 한 장에는 배 양 친구로 추정되는 이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못다핀 꽃, 지켜주지 못해 미안"…추모 발걸음 이어지는 스쿨존
'안녕 나 수아야, 승아야. 편히 쉬어. 그동안 고마웠어. 내가 너 몫까지 최선을 다해 살게. 마지막으로 정말 고마웠어. 그럼 안녕'
다른 중학생들이 놓고 간 분홍색 인형에는 '하늘나라 가서도 잘 살아'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굣길에 일부러 편의점에 들러서 막대사탕을 한 아름 사 왔다는 한밭초 5학년생 2명은 "슬펐고 세상한테 화났다.

어린 나이에 끙끙대면서 살았을 텐데 이런 일이 일어나서 슬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갓길에 한 택시가 멈춰서더니 택시 기사 이모(42) 씨가 준비해 온 꽃을 놓고 묵념하더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사고 현장을 한참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씨는 "30년 전에 내 여동생도 교통사고로 6살 나이에 하늘나라로 갔다.

이번 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남 일 같지 않고 계속 여동생이 생각나서 일부러 찾아와봤다"고 말했다.

하교 후 학생들과 이곳을 찾은 문정초 한 방과후수업 교사는 "대한민국을 앞으로 발전시킬 한 청춘이 제대로 펴보지도 못하고 꺾어버렸는데 가슴이 아프다"면서 함께 자리한 학생들에게 "늘 차 조심하고 안전을 조심해야 한다"고 일렀다.

배 양 또래의 자녀가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들과 일부러 사고 현장을 찾아 추모하기도 했다.
"못다핀 꽃, 지켜주지 못해 미안"…추모 발걸음 이어지는 스쿨존
9세와 13세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오모(40) 씨는 하교한 초등생 아들과 함께 사고 현장을 찾았다.

남 일 같지 않았다는 오모 씨는 "본인 의지에 따라 유명을 달리한 것도 아니라서 숨진 아이 목숨이 안타깝다는 생각에 직접 쓴 편지를 들고 아침에도 오고 아들이랑 지금 또 같이 와봤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손주 나이와 비슷한 장년층들도 추모 현장을 오가며 사고 현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인근 주민이라는 70대 남성은 "손녀딸이 승아랑 같은 반이었다고 한다.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다.

손녀딸이 그날 그 시간에 여기를 지나갔더라면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 것으로 생각하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근처를 지나던 60대 여성도 "아유 나 눈물 나서 인터뷰 못 해. 슬퍼서 어떻게 해…"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먹먹하게 꽃을 바라만 봤다.

지역 주민들은 배 양의 사망 소식에 한마음으로 슬퍼하며 배 양을 추모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근조화환과 조의금 모금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들은 "마음 표현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마음이 모여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봅니다" 등 십시일반 마음을 모았다.
"못다핀 꽃, 지켜주지 못해 미안"…추모 발걸음 이어지는 스쿨존
화환 모금을 처음 시작한 주민은 "전날 장례식장에 다녀온 후 빈소가 너무 썰렁해 화환 몇 개 해주고 싶은 마음에 맘카페에 글을 올렸는데 너무 많은 분이 참여해주셔서 감사하다"며 "화환 두 개를 하고 남은 금액은 조의금으로 드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